세계 중앙은행 기준금리는 '각자도생'… 시험대 오른 한은

박슬기 기자 2023. 8. 5.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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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진행된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펴는데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올해 초까지 해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에 맞춰 기준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최근 주요국들은 금리 인상에 나선 반면 신흥국들은 각국의 물가 상승·경기 침체 등 경제 상황에 맞춰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거나 오히려 금리를 인하하는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

실제 신흥국들은 물가가 둔화하는 속도가 빨랐지만 주요국의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은데다 근원물가 둔화세가 더딘 모습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요국들은 대부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반면 신흥국은 통화 긴축 사이클을 종료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 5.50%, 영국 5.25%, 캐나다 5%


앞서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지난 3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연 5.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영국 기준금리는 2008년 4월(연 5.25%)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BOE는 2021년 12월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연 0.1%에서부터 한 차례도 쉬지 않고 14회 연속 금리를 올리고 있다.

다만 올 6월에는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았지만 이번에는 0.2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보폭올 좁혔다.

BOE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영국의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아서다. 영국 소비자 물가상승률(CPI)은 지난달 7.9%로 전월(8.7%)보다 낮아졌지만 주요7개국(G7)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앞서 미 연준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2001년 이후 22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0%로 상향됐다.

연준은 올 6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선 금리를 동결,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간 이어진 공격적인 통화긴축을 잠시 중단하고 숨고르기에 나섰지만 또한번의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4.00%에서 4.25%로 0.25%포인트 올리며 9회 연속 인상을 단행했다. 이 역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캐나다은행은 지난달 12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5%로 올렸다. 캐다아은행의 금리 인상은 지난해 3월 이후 10번째로 캐나다 기준금리는 지난 2001년 4월 이후 22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캐나다는 지난해 3월 0.25%이던 기준금리를 지난달 5%로 1년4개월 만에 4.75%포인트나 올렸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지난해 4월까지 한동안 0.1%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다 지난 6월 4.1%로 금리를 4%포인트 끌어올린 상태다. 이는 호주 RBA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긴축 정책로 꼽힌다. 이후 7월과 8월 금리 동결을 이어가고 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에 달하며 물가상승 압력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브라질·칠레 금리 인하 줄줄이


이와 달리 신흥국의 통화정책은 그동안 단행해왔던 통화긴축 파급효과를 지켜본다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들은 경기가 둔화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커지고 있디는 점도 감안하고 있다.

특히 남미 각국은 인플레이션 둔화에 줄줄이 금리를 내리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2일(현지 시각) 통화정책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인 셀릭(Selic)을 13.25%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브라질의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둔화된 결과다. 지난해 초 브라질 월 물가 상승률은 12% 안팎까지 올랐지만 현재 3.16%로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3.25%보다 낮다.

칠레도 지난달 28일 남미 국가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10.25%로 1%포인트 내렸다. 칠레 월간 물가지수도 지난해 8월 14.1%에서 지난 6월 7.6%로 대폭 떨어졌다.

외신들은 칠레와 브라질에 이어 멕시코와 페루 등도 물가가 크게 둔화하고 있는 만큼 금리 인하 행렬에 합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신흥국들의 통화긴축 기조에서 나홀로 통화완화 정책을 펴는 이른바 '역주행'으로 눈길을 끌었던 튀르키예는 올 6월 6.5%포인트, 7월 2.50%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17.50%까지 끌어올렸다.

튀르키예는 2021년 말 19.0% 수준이던 금리를 올 3월 8.5%까지 내렸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10월 물가 상승률은 85%를 돌파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각국 통화정책이 혼조세를 보이면서 일각에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 금통위원들의 판단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은 지난달 13일 '만장 일치'로 기준금리를 4회 연속 동결(3.50%)하면서도 향후 물가 흐름과 경제 성장 경로, 가계부채 추이 등에 따라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금통위원 위원은 "최근 경제·금융 상황을 종합하면 물가, 성장, 금융안정 측면에서 정책금리의 상·하방 요인이 교차하고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고 향후 전개 양상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다른 금통위원은 "기대인플레이션이 여전히 3%대 중반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불균형의 재확대와 내외금리차 확대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위험도 잠재해 있어 향후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전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6월 열린 한은 창립 73주년 기념식에서 "(앞으로)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trade-off)에 따른 정교한 정책 대응이 중요해졌으며 그 과정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능력이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앞으로의 1년도 녹록지 않을 것 같다. (한은의) 정책을 더욱 정교하게 운용해나가야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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