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만큼 올랐다" 2차전지 ETF 발빼는 투자자… 다음 투자처는?
[편집자주]한 여름 때 아닌 2차전지 태풍이 거세다. 2차전지 황제주로 떠오른 에코프로그룹(에코프로·비엠·에이치엔)의 시가총액은 연초 12조5965억원에서 지난 7월말 57조9906억원로 460.4%가 폭등했다. 시가총액 기준 대기업 순위도 15위에서 6위로 9계단 껑충 뛰었다. 2차전지 기업으로 탈바꿈한 '철강주' 포스코그룹과 '전기주' LS그룹 주가도 강세다. 폭발적인 전기차 등 2차전지 수요 증가 전망이 주가 상승세를 견인하는 형국이다. 반면 2차전지주의 롤러코스터급 급등락 속에서 대규모 손실 우려도 제기된다. 여름철 강세장(서머랠리)를 이끈 주가는 어디로 향할까.
①"천만원 손해봐도 못 빼" 2차전지 에코프로, 신기루 넘어 버블전쟁
② "오를 만큼 올랐다" 2차전지 ETF 발빼는 투자자… 다음 투자처는?
③흔들리는 2차전지… 포스코홀딩스·LS 주가는 어디로
비현실적인 상승세를 보였던 2차전지주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관련 ETF(상장지수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 ETF 수익률이 연초부터 고공행진을 펼친 만큼 차익 실현으로 해석하고 있다. 향후 조정을 염두에 두고 자금을 이동하는 전략으로도 분석한다.
코스콤에 따르면 7월31일 기준 한 주 동안 자금 순유출이 가장 많았던 종목은 삼성자산운용 'KODEX(코덱스) 2차전지산업'으로 1359억원이 빠져나갔다. 그 뒤를 이어 5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타이거) 차이나전기차 SOLACTIVE'가 같은 기간 495억원이 순유출됐다. 두 종목의 순자산총액은 각각 1조3808억원, 2조6997억원으로 국내 2차전지 관련 ETF 가운데 규모도 가장 크다.
이밖에도 ▲6위 'TIGER 2차전지테마'(490억원) ▲13위 TIGER 글로벌리튬&2차전지SOLACTIVE(247억원) ▲15위 TIGER KRX2차전지K-뉴딜(193억원) 등 자금 유출 20위권 내 2차전지 ETF가 다수 자리했다. 올해 2차전지 업종이 줄곧 급등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에 따라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종목의 주가가 상승하자 차익 실현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며 "특히 수익률이 높은 'TIGER2차전지테마'와 'KODEX2차전지산업ETF' 등 2차전지 섹터 유형에서 자금 유출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 거래실적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개인투자자는 7월 한 달 동안 'KODEX 2차전지산업'과 'TIGER 2차전지테마'를 각각 1043억원, 720억원 순매도했다. 이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을 제외하면 순매도 1, 2위에 해당한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2차전지는 개인 매수세가 워낙 많던 상품이다 보니 어느 정도 이익을 실현하고 해당 종목들이 고점이라고 판단하면서 매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상장한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 Fn', 'TIGER 2차전지소재Fn' 등 소재 ETF에 대해선 순매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김 연구원은 "'TIGER2차전지소재Fn'와 'KODEX2차전지핵심소재10Fn' 등에는 자금이 유입됐는데 이들 ETF는 상장된 지 얼마 안 돼 차익 실현 욕구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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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ETF들은 대부분 최근 급등세를 타고 있는 2차전지 대표주들을 편입하면서 상장 이후 20~30%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TIGER 2차전지소재Fn은 7월 말 기준 에코프로(19.67%) POSCO홀딩스(18.14%) 에코프로비엠(17.50%) 포스코퓨처엠(13.42%) 등을 담았다.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Fn 역시 포스코퓨처엠(22.58%) 에코프로비엠(19.43%) 에코프로(18.35%) 비중이 높다. SOL 2차전지 소부장Fn도 편입비중 상위에 에코프로(14.17%) POSCO홀딩스(13.46%) 에코프로비엠(12.86%) 포스코퓨처엠(11.18%)이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 테마가 증시를 주도하는 가운데 최고점에 신상품이 출시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상품 ETF 모두가 과열 지적이 나오는 2차전지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2차전지 인기가 한풀 꺾이면 투자자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종목 간 수익률 편차는 2차전지 열풍을 이끈 에코프로 주식 편입 비중이 좌우했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2차전지소부장Fn'이 14.17%로 가장 적었고,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약 19%를 담았다.
에코프로 주가는 연초 대비 1000% 가량 폭등하며 '황제주(100만원)'에 등극했다. 이후 지난 26일 장중 150만원대 고점을 찍은 후 100만원 밑으로 급락했다. 이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시장에선 2차전지 개별종목의 급등락 장세가 펼쳐지고 ETF 수익률도 변화를 보이면서 정부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K-방산, 우주항공, 인공지능 관련 ETF 등을 눈여겨볼 것을 권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내 우주항공청 설립 및 차세대발사체, 위성통신 등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추진과 로봇산업 규제혁신 로드맵 2.0 발표와 같은 정부계획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그는 유망 투자처로 지난 25일 상장한 'TIGER스페이스테크iSelect ETF'를 꼽았다. 이 상품은 iSelect 스페이스테크 지수를 추종하며, 국내 우주항공, AI, 로봇 및 3D프린터 산업을 반영할 수 있는 종목들로 구성됐다.
김성훈 본부장은 "신냉전 체제 심화에 따라 세계 각국의 국내 방산기업에 대한 러브콜이 계속되고 있다"며 "호주, 영국, 인도 등 수출 대상국 다변화에 대한 기대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국내 방산 기업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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