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2의 신재민’ 이젠 공익신고자 보호받는다
자기가 일하는 회사가 바다에 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있어 이를 정부에 신고하면 어떻게 될까. 신고 포상금은 받을 수 있지만, 법적으로 각종 보호를 받는 ‘공익 신고자’는 될 수 없다. 회사와 동료들이 ‘배신자’라며 따돌리고 인사상 불이익을 줘도 자기를 지키기 어려운 것이다. 마약 판 돈을 숨겨 놓은 것을 신고한 사람도 ‘공익 신고자’로 이름을 올릴 수 없다. 현행법상 공익 신고자가 되려면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대상이 되는 불법행위가 명확히 규정돼 있어야 하는데, 이 행위들은 보호 대상으로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런 불합리한 점을 바꾸기 위해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 쓰레기 해양 투기, 전기 시설물 안전 관리상의 불법행위 등을 신고한 시민들도 공익 신고자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안에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4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담은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이 최근 정부 차관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조만간 국무회의 의결과 윤석열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한다.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중위생관리법·교통안전법·국가보안법 등 법률 471개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이 법률들이 처벌 대상으로 삼는 불법행위를 신고한 사람을 ‘공익 신고자’로 인정해 주고, 신고자의 신원에 관한 비밀을 보장하고 신변 보호 조치를 해준다. 또 공익 신고자가 자신이 신고한 불법행위에 연루돼 있는 경우에는 공익 신고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덜어준다. 공익 신고자가 속한 기관이나 직장 등에서 공익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도 막아 준다.
그러나 현 공익신고자보호법이 많은 법률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도, 국내 법률의 종류가 워낙 많고 계속 새로운 법률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공익을 위해 신고했어도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기재부가 세계잉여금(세수 중 쓰고 남은 돈)을 나랏빚을 갚는 데 우선적으로 써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오히려 빚을 늘렸다고 폭로했지만, 그는 폭로의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원천적으로 공익 신고자로서 보호받을 수 없었다.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은 기재부가 국가재정법을 어겼다는 것이었지만, 국가재정법은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이 대상으로 하는 법률 471개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회에 제출될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은 국가재정법, 교육시설법, 금융소비자보호법, 기부금품법, 마약거래방지법, 선박교통관제법, 양식산업발전법, 전기안전관리법, 지방보조금법, 해양폐기물관리법 등 법률 19개와 관련된 불법행위를 신고한 사람을 보호 대상으로 추가한다. 이에 따라 학교에 소방 시설을 제대로 갖춰놓지 않은 경우, 무허가로 금융 상품을 파는 경우, 기부금을 부정하게 모금하는 경우, 도시 내 숲이나 가로수를 훼손하는 경우를 신고한 사람도 공익 신고자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마약류를 불법적으로 판매해 얻은 수익을 숨겨둔 경우를 신고한 사람도 지금은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앞으로는 신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선박 교통 관제를 따르지 않고 임의로 운항하는 경우, 양식장을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경우, 전기 설비를 무단으로 설치하는 경우 등에 대한 신고도 보호 대상으로 추가된다.
권익위 관계자는 “보호 대상 신고자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추가해, 공익을 위해 신고를 한 사람이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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