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범죄·협박죄에 그치는 '살인예고'... 테러예비죄 신설해 강력 처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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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총기난사 사건이 자꾸 일어나니, 모방범죄도 계속되잖아요. 한국에서도 이번 사건이 칼부림 모방범죄의 트리거(범죄동기)가 될까 무서워요."
이 경우 예고 글만으로도 유사 범죄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살인을 언급한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처벌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은 살인예고 글을 써봐야 협박죄나 경범죄처벌법 정도로만 처벌받는데, 해당 행위의 부정적 여파를 고려한다면 더욱 강력한 처벌 조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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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만으로도 실제범죄 자극 가능"
전문가 "테러행위 규정해 처벌 강화를"
"미국에선 총기난사 사건이 자꾸 일어나니, 모방범죄도 계속되잖아요. 한국에서도 이번 사건이 칼부림 모방범죄의 트리거(범죄동기)가 될까 무서워요."
경기 성남 분당구에 사는 고권아(26)씨가 서현역 AK플라자 앞을 걸어간 시간은 3일 오후 5시 30분. 최모(23)씨의 차량 돌진과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20분 전이었다. 다행히 고씨는 사건 당시 백화점 앞 카페에 있어 피해를 당하진 않았지만, 피의자가 검거됐단 소식을 들은 후에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의 불안을 키우는 건 온라인에우후죽순으로 올라오는 '살인예고' 글이다. 고씨는 "분노에 찬 사람들이 '나도 한 번 저렇게 해볼까'란 생각을 할까 무섭다"고 말했다.
수사 중인 살인예고 글만 20여 건
서울 신림역에 이어 성남 서현역에서 '묻지마 흉기난동' 범죄가 발생한 뒤, 인터넷에 "OO에서 살해하겠다"는 식의 살인예고 글이 연달아 올라와 시민 불안이 확산하는 중이다. 이 경우 예고 글만으로도 유사 범죄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살인을 언급한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처벌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경찰은 현재 28건의 살인예고 글을 파악하고 작성자를 체포했거나 추적 중이다. 신림동 사건 피의자 조선(33)의 범행 이후 7건의 살인예고 글이 확인됐고, 서현역 사건 이후 20건이 넘는 유사 게시물이 작성된 것이다.
서현역 사건 발생 1시간 정도가 지난 3일 오후 7시 2분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잠실역에서 20명 죽일 거다"는 글이 게시됐다. 이후 4시간 뒤엔 "내일(4일) 밤 10시에 한티역에서 칼부림 예정"이란 글이 올라왔다. 4일 새벽에도 "내일모레 의정부역 기대해라 XX야"라는 글이 게재됐고 "3~12시 사이에 혜화역에서 칼부림하겠습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렇게 살해와 칼부림을 언급하는 게시물이 늘어나자, 일부 네티즌들은 '칼부림 예고 목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
테러예비죄 신설, 살인예비죄 적용
문제는 이런 류의 예고가 잠깐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예고 글 역시나 대형 범죄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은 관찰을 통해 학습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서현역 피의자도 살인예고 글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며 "글이 빠르게 퍼지는 SNS시대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도 "나의 글 하나로 세상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며 정복감을 느끼는 심리"라며 "이런 글이 유사 범죄를 양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은 연일 엄정한 대응을 다짐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4일 담화문을 통해 "무분별한 사이버상의 흉악범죄 예고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고, 전날 경찰은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 살인예고 게시물 전담 대응팀을 구성했다.
다만 신속한 검거 못지않게 예방을 위해선 '처벌 강화'도 뒤따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금은 살인예고 글을 써봐야 협박죄나 경범죄처벌법 정도로만 처벌받는데, 해당 행위의 부정적 여파를 고려한다면 더욱 강력한 처벌 조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위험사회로 넘어가는 고비인 만큼 '테러예비죄' 등을 신설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살인예비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고려하는 등 처벌 강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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