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페어·21세 천가람 희망의 빛… 한국 女축구, 세대교체 속도 내야

시드니/김민기 기자 2023. 8. 5. 04: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벨호, 女월드컵 1무2패로 마감
페어, 천가람

“잃을 게 없었다. 그간 우리 실력을 제대로 보이지 못했다. 할 수 있는 만큼 내달렸다.”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 공격수 케이시 유진 페어(16·PDA)는 3일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H조 3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1대1로 비긴 뒤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이미 2패를 해 벼랑 끝에 몰린 상황. 혼신을 다해 세계 2위 독일을 상대로 승점 1을 따내면서 아쉬움 속 마무리를 했다.

페어는 지난달 25일 콜롬비아와 벌인 1차전에서 교체 투입, 남녀 통틀어 전 세계 역대 최연소 월드컵 출전 기록(16세 26일)을 썼다. 독일과의 3차전에선 선발로 나섰다.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에서 페어는 역설적 존재다.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 평균 연령은 28.9세. 참가 32국 중 가장 나이가 많았다. 그 가운데 전체 최연소 선수가 끼어 있었다.

페어는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3경기에서 슈팅 2개(유효 슈팅 1개)를 날리는 데 그쳤다. 빠른 발을 갖고 있다 보니 상대 수비수 1~2명이 페어 곁에 머무르는 효과도 있었지만 아직 세밀함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페어와 더불어 ‘젊은 피’를 대변하는 천가람(21·화천KSPO) 역시 2경기 출전하면서 부지런히 뛰고 정확한 태클을 하는 등 제 몫을 다했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월드컵을 뛴 선수의 국적 변경을 제한하고 있어, 페어는 앞으로도 태극 마크를 달아야 한다.

이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이른바 여자 축구 ‘황금 세대’는 무대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4년 뒤 월드컵 땐 핵심 주전인 조소현(35·토트넘)이나 지소연(32·수원FC)을 비롯해 이번 대회 명단에 포함된 30대 선수 12명은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 이제 한국 여자 축구 ‘세대교체’는 필요가 아니라 불가피한 선택이다.

2011년 월드컵 우승, 2015년 준우승을 차지한 강호 일본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이번 대회 일본 선수단의 평균 연령은 24.8세로 32국 중 넷째로 어리다. 일본은 세대교체에 속도를 더해 연령별 대표팀에서 성과를 낸 선수들을 발탁한 결과, 이번 대회 조별 리그 3전 전승(11골 무실점) 순항 중이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이번 월드컵에서 상대적으로 속도가 뒤진 한국에 세대교체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장기적으로는 여자 축구 저변 확대가 중요하나 당장의 성적도 나와야 한다. 축구협회 차원에서 유망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벨 감독은 ‘고강도’를 강조, 선수들이 후반까지 버티면서도 수시로 빠르게 뛸 수 있는 체력을 갖길 바랐다. 이에 스프린트(단거리 전력 질주) 훈련을 반복했다. 한국은 3경기 모두 후반엔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정확한 슈팅, 크로스가 잇따랐다. 한국 선수들은 “우리 실력을 다 보이지 못해 아쉽다”고 입 모아 말했지만, 결과적으론 골이 터져야 하는 스포츠 대회에서 단 한 골에 그쳤다. “‘고강도’에 신경 쓰느라 기본기를 놓치진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드니=김민기 기자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