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양궁 간판이 ‘3점’ 맞혔다… 김우진 16강 탈락

이영빈 기자 2023. 8. 5.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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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양궁 세계선수권 女단체 16강 탈락 이어 또 충격패
남자 양궁 간판 김우진(세계 랭킹 5위)이 4일 베를린 세계양궁선수권 개인전 16강에서 182위 인도네시아 선수에게 무릎을 꿇었다. 사진은 김우진이 2일 혼성 단체전에서 활시위를 당긴 모습. /AFP 연합뉴스

“대이변(Big Upset)이 일어났다. 세계 챔피언 김우진이 19세 인도네시아 소년 앞에 쓰러졌다.”

세계양궁연맹(WA)은 4일 2023 베를린 세계선수권 남자 리커브(Recurve) 개인전 16강전 결과를 전하면서 김우진(31·청주시청)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 남자 양궁 간판 김우진(세계 랭킹 5위)은 이날 인도네시아 아리프 팡게스투(19·182위)에게 세트 스코어 5대6으로 무릎을 꿇었다.

김우진은 1세트에서 이겨 먼저 2점을 획득했으나, 2세트 세 번째 화살이 3점에 맞으면서 2세트를 내줬다. 2-2. 3세트를 비기고(3-3) 4세트를 내줘 3-5로 벼랑 끝에 몰렸다. 5세트를 따내며(5-5) 승부를 연장전 격인 슛오프로 이끌었지만, 단발 승부인 슛오프에서 9점을 쏘고도 팡게스투가 10점을 쏘면서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CNN은 “깜짝 등장한 팡게스투가 3회 세계 챔피언(2011·2015·2021)에 빛나는 김우진을 무너트렸다”고 했다. 김우진은 지난 2021년 세계선수권에서는 3관왕(개인·단체·혼성)을 차지하면서 출전 전 종목을 석권한 바 있다.

올해 월드컵 2·3차 대회에서 연속 금메달을 따냈던 이우석(26·코오롱)도 같은 날 32강전에서 에릭 피터스(26·캐나다)에게 3대7로 졌다. 대표팀 막내이자 도쿄 올림픽 2관왕 김제덕(19·예천군청)만 유일하게 8강에 올랐다.

남자뿐 아니다. ‘세계 최강’ 여자 단체 대표팀도 16강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여자 단체 임시현(20·한국체대), 안산(22·광주여대), 강채영(27·현대모비스)은 지난 3일 16강전에서 인도네시아에 3대5로 패했다. 안산은 “집중력은 좋았지만, 바람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단체가 세계 대회 16강에서 고배를 마신 건 첫 출전이던 1979년 이후 처음이다. 메달권에 들지 못한 것도 1999년 이후 24년 만이다.

한국은 지난 세계선수권에서는 리커브 전 종목(5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커브 5종목(남녀 단체, 개인, 혼성)을 석권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이번 대회 한국이 연거푸 삐끗하는 모습이 더 낯설다. 외신은 “무적 한국 팀도 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했다.

이번 대회 부진으로 일단 여자 양궁은 2024 파리 올림픽 티켓 조기 확보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 단체전 3위 안에 들면 파리 올림픽 출전권 3장(여자 단체·개인·혼성)을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 아시아선수권대회, 올림픽 예선전 등 기회가 남았지만, 세계 최강 자존심이 구겨졌다.

이번 대회에서 프랑스를 이끄는 오선택(61) 전 한국 총감독은 “지금 베를린은 활을 들고 있기도 힘들 만큼 바람이 많이 분다”며 “강팀이 약팀에 얼마든지 질 수 있다”고 했다. 이현창 광주 남구청 감독도 “조그만 변수가 크게 다가올 수 있는 종목이 양궁”이라며 “비바람이 몰아치는 환경이라면 세계 최고 선수도 실수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2019 세계선수권에서 남·여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노골드’에 그쳤는데 당시에도 비바람에 고전한 바 있다. 대신 그다음 2019 방콕 아시아선수권에선 선선한 날씨 속에 금메달 9개를 휩쓸고 2020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한국 양궁의 세계화도 변수다. 김우진과 여자 단체 대표팀을 꺾어낸 건 전부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는 한국인 박영걸(34) 감독이 이끌고 있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 참여한 51국 중 한국인 사령탑은 7국을 맡고 있었다. 한국 팀 선수들 속성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일단 한국은 남은 일정에서 반전을 노린다. 여자 개인 안산, 임시현, 강채영이 8강에 올라 있고, 남자 단체는 5일 이탈리아와 4강전에서 맞붙는다.

☞리커브·컴파운드

리커브(Recurve): 활시위를 당기거나 조준하는 것 모두 사람의 능력(힘과 시력)만으로 이뤄지는 전통적인 활. 조준기가 1개만 부착돼 있고, 렌즈 부착은 금지다. 올림픽에서는 리커브 활만 쓴다.

컴파운드(Compound): 날개 위·아래 끝부분에 도르래가 붙어 있는 기계 활. 리커브보다 물리적 힘을 적게 들일 수 있다. 활 가운데 부분에는 망원렌즈를 포함한 조준기 2개가 있다. 발사기 버튼을 누르면 격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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