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해외순방 딱 한번...두문불출 시진핑, 무슨 일이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국외 행보가 잦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국경 전면 개방 이후에도 좀처럼 중국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다. 시진핑은 2012년 말 집권 이후 코로나 이전인 2019년까지 매년 평균 14차례 외국을 방문했다. 당·정·군에서 잇따른 잡음이 일고 경제 회복이 더딘 탓에 나라 밖보다는 ‘내부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3일 “지난 1~7월 시진핑이 해외에서 머문 시간이 이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지난 3월 21∼2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연 회담이 시진핑이 올해 치른 유일한 해외 일정이다.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연평균 12차례) 전 미국 대통령보다 해외 순방을 자주 다녔던 시진핑이 국내에만 머무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시진핑이 올해 들어 중국에서 맞이한 해외 최고위급 인사도 코로나 이전보다 줄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포함해 36국 정상이 1~7월 방중해 시진핑을 만났다. 적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2019년 이전의 평균 48명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접견한 미국 인사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등 주로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였다. 코로나 기간에 외국 정상과 종종 연 일대일 화상 회담도 큰 폭으로 줄였다. 올해는 밀로시 제만 당시 체코 대통령(1월)과 한 화상 회담이 유일하다.
시진핑은 2020년 1월 코로나가 확산하자 해외 순방을 중단하고 국내에 머물렀다. 해외 방문에 따른 코로나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조치였다. 올해 초 중국 방역이 전면 해제되면서 시진핑의 외국 행보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리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완전히 빗나갔다.
시진핑이 해외 순방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해결할 국내 현안이 너무 쌓여서’란 분석이 많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쑹원디(宋文笛) 연구원은 “중국 경제는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 위기에 놓였고, 친강(秦剛) 외교부장은 돌연 경질(지난달 25일)됐으며, 핵무기를 관장하는 로켓사령부의 수뇌부는 축출(31일)된 상황”이라며 “시진핑이 중국을 비우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침체한 경제를 되살려야 하는 과제도 있다. 중국 경제는 지난 2~3월 반짝 회복세를 보였지만, 이후 소비·생산·수출 등이 나빠지고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찍는 등 침체 우려가 커지는 중이다. 지난 수년에 걸쳐 중국과 서방의 갈등이 커지면서 시진핑이 많은 나라에서 환대받지 못한다는 ‘변한 현실’도 그의 출장을 막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은 반 년도 국내 일정이 많아 시진핑의 ‘발’은 주로 중국 내에 묶여 있을 전망이다. 우선 중국 전·현직 지도자들이 비밀리에 모여 국가 주요 사안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여름에 열린다. 중국 최고 지도부는 매년 7월 말이나 8월 초에 베이징 동쪽 해안 휴양지인 허베이성 친황다오시(市)의 베이다이허구(區)에서 약 2주간 여름휴가를 겸한 비공식 회의를 갖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베이다이허 회의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4일 보도했다. 다음 달이나 10월에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10주년을 맞아 ‘제3회 일대일로 국제 협력 포럼’을 개최할 전망이다. 이 포럼을 통해 ‘만방래조(萬邦來朝·세계 각국이 조공을 바치러 중국에 온다)’ 그림을 연출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중국의 가장 큰 축제가 될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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