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장·특검 지낸 인물이… 박영수, 뒤로는 온갖 검은돈 연루

유종헌 기자 2023. 8. 5.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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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클럽’ 구속된 박영수는

대장동 민간사업자들과 얽혔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지난 3일 밤 구속됐다. 혐의는 김만배·남욱씨 등으로부터 19억원을 받고 200억원 상당의 부동산 등을 약속받았다는 것이다. 여느 부패 사범과 비교해도 죄질은 좋지 않았다.

박 전 특검은 검찰의 부정부패 척결 컨트롤 타워인 대검 중수부장 출신이다. 또 특별검사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사법 처리로 이어진 ‘최서원 국정 농단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이런 이력을 가진 그가 법적·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정의로운 검사를 자처하며 남들을 단죄(斷罪)했던 박영수의 몰락”이란 평가가 나왔다.

박 전 특검은 조폭 수사를 전담하는 ‘강력통’으로 출발했다. 1998~1999년 그는 서울지검 강력부장을 지냈다. 이후 2003년 서울지검 2차장으로 SK 비자금 수사를 지휘하면서 ‘특수통’으로 변모했다.

대검 중수부장은 그의 검사 경력의 ‘절정기’였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매각 사건,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등 대형 경제수사가 당시 그의 손을 거쳤다. 이를 통해 ‘검찰의 대표적 특수통’이란 평판을 확보했다. 동시에 “정치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서울고검장을 사직하고 시작된 박 전 특검의 변호사 생활은 검사 시절만큼 화려하지 않았다. 2015년 1월 대한변협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이 선거 때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남욱씨로부터 3억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이번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그래픽=김현국

물론 대장동 일당과는 그전부터 얽혀 있었다. 김만배씨와는 검사 재직 때부터 친분이 두터웠고, 2015년부터 화천대유의 상임고문을 맡았다.

2015년 6월 박 전 특검이 자신이 대리한 사건의 상대방이었던 건설업자가 휘두른 흉기에 맞아 중상을 입는 사건도 있었다. 변호사로서의 평판도 추락했던 박 전 특검은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특별검사를 맡았다. 그는 박 전 대통령 등 50여 명을 기소하고 공소 유지를 담당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결국 자신의 평판을 다시 올리기 위해 특검직을 활용했던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박 전 특검은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의 당사자로 곽상도 전 의원에 이어 구속된 두 번째 인사가 됐다. 다른 범죄자들처럼 핵심 증거를 없앤 정황이 그의 구속 근거가 됐다.

‘50억 클럽’에 대한 특검 논의가 정치권에서 이뤄지던 지난 2월 박 전 특검이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순 단서가 검찰에 포착됐다고 한다. 또 사무실 PC에 저장된 자료와 종이 서류 등도 일부 폐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조인은 “증거 인멸 혐의를 걸어서 많은 사람을 구속했던 박 전 특검이 같은 이유로 구속된 것은 아이러니”라고 했다.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검찰은 박 전 특검의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그가 운영하던 ‘법무법인 강남’에서 상당수 찾아냈다고 한다. 박 전 특검이 2015년 9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작성한 ‘자금 차용 약정서’도 그 중 하나였는데 이는 박 전 특검이 50억원을 주식 배당금 명목으로 김만배씨에게서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박 전 특검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 약정서를 A 변호사에게 맡겼다고 한다.

박 전 특검이 2014년 11~12월 남욱씨에게 변협회장 선거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받은 혐의에 관한 증거도 법무법인 강남에서 나왔다고 한다. 검찰이 지난달 18일 법무법인 강남 소속 B 변호사의 휴대전화를 압수 수색했더니 3억원 배분 방법을 논의하는 문자메시지가 여러 개 나왔다고 한다. B 변호사는 박 전 특검의 변협 선거 자금 관리를 맡았다. “다른 범죄자 뺨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박 전 특검은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에게 포르셰 렌터카 등을 빌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로 구속된 라덕연씨 관련 회사 2곳의 법률 자문에 응한 것이 드러났다. 박 전 특검의 검사 후배는 “‘50억 클럽’의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에서 기업에 손을 벌린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비도덕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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