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잼버리에 69억 긴급 지원
당정, 총력 대응에 나서기로
정부와 여당이 4일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현장에 생수, 얼음, 차량 등 물품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이날 하루에만 관련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당정 협의회와 임시 국무회의 등이 잇달아 개최됐고, 69억원의 예비비 지출 의결이 이뤄졌다. 늦게나마 정부가 인력·예산을 투입하는 것과 함께 잼버리 조직위도 낮에 진행되는 야외 활동에서 물놀이나 전통문화 체험 등 지역 연계 프로그램 참여를 늘리도록 일정을 조율했다. 하지만 이날 영국 스카우트는 폭염을 피해 일시적으로 행사장에서 철수한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냉방 대형 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경남 저도에서 휴가를 보내던 윤 대통령은 잼버리 현장 보고를 받고 이같이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식사의 질과 양을 즉시 개선하고 현장의 문제점들을 정부 모든 부처가 총력을 다해 즉각 해결해 달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오전 11시 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잼버리 대회 지원을 위한 69억원의 정부 예비비 집행안을 긴급 심의·의결했다. 한 총리는 “잼버리 기간, 유례없는 폭염이지만 변명이 돼서는 안 된다”며 “위기 관리의 민첩성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당정은 대회장에 전기 공급 용량을 증설하고 쿨링 텐트·버스와 매일 10만명분 얼음물 공급 등을 추진키로 했다.
대원들은 지난 2일부터 전북 곳곳에서 진행되는 지역 연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판소리와 전통 무용, 태권도, 농경문화, 고추장 요리, 김치 만들기 등 전통문화 체험과 템플스테이도 했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도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4000여 명의 청소년을 파견한 영국 측은 일시적으로 행사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BBC에 따르면, 영국 측은 성명을 내고 “전반적인 행사장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이틀에 걸쳐 서울의 호텔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다만 영국 측은 행사장에서 철수하더라도 잼버리 활동은 계속하며 애초 계획대로 폐막 다음 날인 13일 귀국할 예정이다. 영국 측 관계자는 “(행사장에서 철수하는 데 대해) 일부는 실망하겠지만, 우리는 한국 당국과 협력해 청소년들이 계속 잼버리 프로그램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이날 외교부 청사에 주한 외교단을 초청해 현재 정부가 취하고 있는 조치를 설명했다. 브리핑에는 주한 공관 23곳이 참석했다. 외교단 요청으로 다음 주에도 브리핑이 추가로 열릴 예정이다. 외교부는 이와 함께 오영주 2차관이 반장을 맡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24시간 체제로 잼버리 조직위와 긴밀히 협력하며 주한 외교단과의 소통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여당이 한목소리로 ‘즉각 조치’와 ‘신속 대응’을 언급했지만, 뒷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12일 열리는 제25회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역대 최다인 4만3000여 명이 참여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내 최대 행사이기도 했다. 2017년 개최지가 선정됐고, 2020년 조직위가 설치돼 수년간 준비를 해왔다. 지난달 쏟아진 기록적인 장맛비 이후 8월 폭염도 예고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조직위는 그동안 “큰 문제 없다”는 말만 반복했고, 세계 잼버리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현장 지휘’ 지시가 내려간 것도 전날 국제사회에서 부실 운영 논란이 터진 뒤였다. 수차례 잼버리 대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자원봉사자 송재무(48)씨는 “참가한 청소년들은 어느 정도 극기를 작정하고 온 측면도 있다”며 “실제 현장에서 많은 청소년은 행사의 안전 수준을 높이면서도 끝까지 미션을 수행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위 공동종합상황실장을 맡은 제이컵 머리 세계연맹 이벤트 디렉터는 “대원들은 회복 탄력성이 있고 그들은 매우 어려운 환경도 적응하기 위해 준비해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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