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편파 방만 KBS, 수신료 흔들리자 철밥통 지키기 대못 박겠다니
KBS가 직원들의 업무 배치나 휴직, 희망퇴직 등에 노조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노사 협의 안건으로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이런 논의가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 이후 시작됐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협약안은 직원 배치와 전환, 휴직, 해고 등을 노사 동수가 참여하는 고용안정위원회가 다루고, 회사의 분할과 합병 매각 등으로 구조조정이 있을 때 이를 막는 방안도 담고 있다. 국민이 편파 방송과 방만 경영에서 벗어나라며 수신료 분리 징수라는 회초리를 들자 노사 협의로 철밥통 지키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KBS의 경영 비효율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다. 전체 임직원 4400명 가운데 2200명 이상이 억대 연봉자이고 그중 1500명이 무보직이다. 세상에 이런 회사가 어디에 있나. 인건비 비율은 다른 방송사의 두 배에 달한다. 직원 중 상위 네 직급 비율이 60%나 돼 시정 명령을 받기도 했다. 지난 1분기 적자는 400억원을 넘었다.
방송 환경 변화에 따른 조직과 구조 개혁도 시급하다. 유선방송과 OTT 등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도래했고 시청자들은 TV 수상기가 아니라 휴대전화로 콘텐츠를 내려받아 원하는 시간에 본다. 이런 변화에 맞춰 세계 각국 공영방송은 개혁에 나서고 있다. 수신료에 의지하던 과거 모델이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되면서 다양한 수익원 개발에도 힘쓴다.
지금 KBS에서 이런 변화 노력은 눈 씻고도 볼 수 없다. 수신료에 의지해 살던 과거 관행에 젖어 내부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다다랐다고 한다. 연간 6900억원에 이르는 수신료만 믿고 방만하게 지내온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남영진 KBS 이사장이 고향 근처에서 법인 카드로 수백만 원을 쓰고, 회사 주변 중식당에선 한 끼에 자장면 수백 그릇에 해당하는 식대를 결제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KBS는 수신료 분리 징수로 수입이 줄어들 것이 예상되자 공익적 프로그램 축소와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내부의 낭비 요소를 개선할 생각은 않고 대국민 방송 서비스부터 축소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더니 이제 철밥통 지키기 대못 박기를 하겠다고 한다. 이대로면 머지않아 수신료를 폐지하자는 얘기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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