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출신 재무통, 5만8000명 KT 쇄신 이끈다
KT 차기 CEO(최고경영자)에 김영섭(64) 전 LG CNS 사장이 지명됐다. 사실상 8개월 동안 이어진 KT CEO 공백 사태도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4일 이사회를 열고 김영섭 전 사장을 차기 CEO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달 말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면 김 후보는 앞으로 2년 7개월 동안 매출 25조원, 임직원 5만8000여 명의 재계 12위인 KT그룹을 이끌게 된다. 정식 임기는 3년이지만 새 CEO 선임 과정에서 ‘내부 카르텔’ 인사 논란으로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인사가 사퇴하는 등 절차가 늦어지면서 임기도 줄었다. 김 후보 선정을 두고 통신업계에선 KT 조직 안정과 조직 쇄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재무 전문가이자 ICT(정보 통신) 분야 사업부를 이끈 경력도 있는 김 후보가 KT의 신사업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는 점도 감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이날 KT 이사회는 김 후보와 박윤영 전 KT 사장, 차상균 서울대 교수 등 후보 3명을 상대로 5시간가량의 심층 면접을 진행한 뒤 최종 결론을 내렸다.
경북사대부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후보는 1984년 럭키금성상사(옛 LG상사)에 입사했다. 이후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상무를 거친 뒤 LG CNS 경영관리본부 부사장, LG유플러스 경영관리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정통 재무통 코스를 밟은 데 이어 부사장 시절 ‘하이테크 사업 본부장’ 등 일선 사업 부서를 지휘한 경력이 있다. 2015년에 LG CNS 사장으로 취임해서는 사업 구조 조정을 통한 경영 효율화에 나섰다. LG CNS는 2019년부터 매년 사상 최대 매출·영업이익을 냈다. 김 후보는 2016년 LG CNS에 연공서열이 아닌 기술 역량을 기준으로 직원을 평가하는 ‘기술 역량 레벨’ 제도를 도입했다. 입사 연도가 아닌 외부 전문가 등이 출제한 기술 인증 시험 결과와 업무 역량을 승진과 연봉 등 직원 평가에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김 후보가 AI(인공지능), 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 등을 기반으로 디지털 전환(DX) 설루션을 제공하는 LG CNS를 7년간 이끌어온 점도 차기 CEO 지명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KT는 본업인 통신 분야를 넘어 AI 반도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통합한 ‘AI 풀스텍’, 도심항공교통(UAM) 등 신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또한 어렸을 때부터 한학에 관심이 많아, 임원 시절 성대 유학대학원을 다니며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KT가 8개월 동안 CEO 공백을 보낸 탓에 김 후보 앞에는 인사·조직 혁신을 통한 경영 정상화 등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앞서 지난해 말 구현모 당시 대표가 연임 도전에 나섰지만 정치권 등에서 ‘내부 인사 카르텔’이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지난 2월 연임 포기를 선언했다. 3월엔 윤경림 전 사장이 차기 CEO로 지명됐지만, 내부 출신으로 KT 조직 혁신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일며 또다시 한 달도 안 돼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고, 구현모 대표 역시 물러나면서 4월부터 KT는 CEO 없이 직무 대리 체제로 유지됐다. 이 과정에서 사내·사외 이사들도 대거 사퇴하자 KT는 ‘뉴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배 구조 개선안을 만들고, 김용현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김성철 고려대 교수 등이 포함된 새 이사회를 구성했다.
이런 탓에 KT는 지난 연말 인사는 물론 주요 투자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이 사실상 멈춘 상태다. 미래 성장을 위해 KT를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구 전 대표의 ‘디지코(DIGICO)’ 전략은 방향을 잃었고,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전·현직 KT 고위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달 말 임시 주총에서 참석 주식의 60% 이상 찬성표를 얻으면 KT CEO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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