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33] There’s a reason the heart is the organ given to love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이 어떻게 바뀌든 한결같이 사랑하게 돼요. 고약한 구석도 귀엽게 느껴지고 결점도 하찮게 보이죠 (When you love someone, you love them through all their moods and changes over time. Their worst qualities peak at nuisance. Their flaws become freckles).” 캐서린이란 간호사가 에르큘 포와로라는 부상병을 앞에 두고 말한다. 얼굴에 큰 부상을 입은 포와로는 캐서린의 사랑 고백에 이런 얼굴에도 사랑하느냐 묻지만 캐서린의 대답은 간단하다. “콧수염을 길러봐요(You’ll grow a moustache).” 애거사 크리스티의 명작 미스터리를 원작으로 하는 ‘나일강의 죽음(Death on the Nile∙2022∙사진)’의 한 장면이다.
재력과 미모를 겸비한 리넷 리지웨이(갤 가돗 분)는 사이먼 도일(아미 해머 분)과 결혼하고 이집트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초호화 유람선에 하객들을 태우고 나일강을 순회하려던 행복한 계획은 사이먼의 옛 애인 재클린의 등장으로 어긋나기 시작한다. 리넷은 피로연에서 세계 최고 탐정이라는 포와로(케네스 브래너 분)를 우연히 만나 유람선 여행에 초대하고 다른 하객들은 모르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돈이 있으면… 진정한 친구는 아무도 없어요(When you have money… no one is ever really your friend).” 이 유람선에 탄 모두가 저마다 리넷의 목숨을 노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재클린은 목숨을 건 듯 비장하다. “심장이 사랑을 뜻하는 이유가 있어요. 사랑이 멈추면 숨도 멎죠(There’s a reason the heart is the organ given to love. If it stops to rest, we die).” 그리고 불길한 조짐처럼 나일강 위로 총성 한 발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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