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日공연시장 개방, 바라만 볼건가
일본 공연 시장 규모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로 평가된다. 작년 매출은 약 3조5800억원으로 한국의 3배를 뛰어넘었고, 총 관객 수는 5000만명에 육박했다. 5만명가량이 입장 가능한 도쿄돔과 효고 고시엔 구장, 7만명 넘게 수용할 수 있는 가나가와 닛산스타디움 등 전국에 분포된 거대 공연장 시설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수용 관객 수 100명 안팎으로 비인기 아이돌, 인디 밴드가 주로 활동하는 소규모 공연장 ‘라이브하우스’도 각지에 활성화돼 있다.
해외 거물급 아티스트들도 이 같은 ‘공연 인프라’에 이끌려 월드 투어마다 잊지 않고 일본을 찾는 경우가 많다. BTS 등 K팝 아이돌은 물론, 21세기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도 올해 시작한 투어 일정에 일본을 포함했다.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는 11월 아시아 투어에서 일본에 이틀이나 머문다.
그런 일본 정부가 해외 아티스트들에게 자국 공연 시장을 더욱 개방해주기로 했다. 일본에서 공연하려는 외국인 가수는 ‘흥행(興行)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 비자 발급 요건을 이달부터 대폭 완화한다. 이번 개편으로 비자 기간이 보름에서 한 달로 늘어나고, 그간 외국인에게 제한됐던 라이브하우스 공연이 가능해졌다.
일본 공연을 앞둔 아티스트들의 비자 발급 절차와 방문 일정을 배려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가수들까지 자국 공연 시장에 적극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일본까지 걸리는 시간과 항공료 등을 감안하면, 일본 활동을 꿈꾸는 한국 아이돌 가수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 빛을 보지 못한 무명 가수들이 일본 라이브하우스 공연장에서부터 시작, 세계적인 스타로 도약할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한국의 열악한 공연 인프라를 되돌아볼 계기라고 생각한다. 지난 6월 내한 공연을 왔던 팝스타 브루노 마스처럼, 해외 유명 아티스트가 국내에서 콘서트를 열려면 대부분 야외 시설을 빌려야 한다. 서울 구로 고척돔과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 등 주요 실내 시설은 수용 가능 인원이 1만~2만명에 그친다.
이 때문에 겨울 시즌 해외 투어를 떠나는 팝스타가 한국을 찾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스위프트와 콜드플레이의 이번 투어 일정에도 한국은 제외됐다. 그마저 야외 시설 중 10만명까지 입장할 수 있었던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은 이달 3년여 동안의 리모델링 공사에 돌입한다.
일본의 흥행 비자 발급 요건 완화 소식에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그나마 유지되던 국내 공연 시장을 일본에 흡수당할 위기이자, 우리만의 공연 인프라를 키워야 한다는 위기의식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내 대중음악이 거두는 과실(果實)을 우리가 포기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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