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폭염으로 年25만명 사망할 것”… 올여름이 가장 시원하다
행정안전부는 1일 심각해지는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을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폭염으로 심각 경보가 발령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행안부는 폭염 상황에 대비해 1일 오후 6시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단계를 가동했다. 이날 경기 여주군 점동면에선 기온이 38.4도까지 치솟았다. 소방청 등에 따르면 1일까지 20여 명이 열사병 등 온열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온열 질환 사망자(9명)와 2021년 사망자(20명)를 이미 넘어섰다〈본지 2023년 8월 2일 자 A1면〉.
2050 거주불능 지구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지음|김재경 옮김|추수밭|424쪽|1만9800원
폭염 사회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홍경탁 옮김 | 글항아리|472쪽|2만2000원
◇폭염은 새로운 뉴스 아니야
올여름 전 세계를 강타한 폭염에 대해 ‘기록적인’ ‘사람 잡는’과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으나, “어떤 것도 뉴스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미국 ‘뉴욕매거진’ 부편집장인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외면해 왔다는 뜻이다. 지난 30년간 배출한 탄소 배출량이 산업혁명 이후 200년 넘게 배출한 양과 비슷할 정도로, 탄소 배출과 지구온난화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저자가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제시하는 2050년 지구의 모습은 이렇다. “여름 최고기온 평균이 35도를 넘는 도시가 현재 약 350개에서 970개로 늘어나고, 매년 전 세계 50억명 이상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폭염으로 연간 25만5000명이 죽는다.”
매년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 앞에서 ‘지구는 얼마나 뜨거워질까?’와 같은 질문은 무의미하다. 웰즈는 기후변화는 본래 불확실하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탄소를 더 내보낼까?’라는 질문이 핵심에 더 가깝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기존의 저서들을 아우르되, 보다 직설적인 언어로 미래를 경고한다. “오늘날 우리가 곳곳에서 목격하는 재난은 미래에 지구온난화가 초래할 재난에 비하면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식. 그와 같은 재난 시나리오를 빈곤·대기·경제·사회 체제를 비롯한 분야에서 살펴본다. 절망적 미래가 달라질 거라는 희망을 보여주진 않는다. 교토의정서(1997)와 파리기후변화협약(2015)에서 미국이 탈퇴했듯, 기후 문제에 대한 각국의 무관심은 언제든 고개를 다시 들 수 있다.
◇폭염 피해는 사회적 비극
그렇다면 우리는 폭염에 녹아내리는 수밖에 없나. 이에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인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도시가 살아남으려면 기상이변에 적응해야만 한다”라고 답한다. 앞으로 가속화될 기상이변은 피할 수 없더라도, 사회적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미국 시카고에서 1995년 7월 13일부터 1주일 동안 폭염으로 약 700명이 죽은 사태에 집중한다. 기온은 41도, 체감온도는 52도까지 올랐던 때다. 저자는 인터뷰·통계 분석 등을 통해 폭염으로 인한 죽음이 ‘사회적 비극’이란 결론을 내린다. 사망자 중 상당수가 혼자 사는 노인, 에어컨 없이 빈곤층이 모여 사는 지역에 거주했다. 위치나 인구 구성 등 조건이 비슷한 두 도시 사이에서도 이웃을 돌보는 ‘공동체’의 유무에 따라 사망자 수가 크게 달라졌다.
‘폭염 사회’가 지적하는 폭염과 사회적 불평등의 연관성은 이제 대체로 상식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여전히 폭염을 재난으로 인지하고 대비하기란 어려운 듯하다. 매년 폭염으로 인한 죽음과 뒤늦은 대책 마련이 반복되고 있다. 폭염은 형체나 소리 없이 다가오기에 그 심각성을 낮춰 보거나, 금세 잊어버리기 쉬운 탓도 있다. 1995년 당시 ‘폭염은 몇 가지 요소가 아주 드물게 모여 발생한 기상학적 사건’이라 규정했던 시카고 정부, 사망 원인이 아닌 숫자에만 집중해 보도했던 언론의 모습이 오늘날 한국에서도 반복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볼 만하다.
◇절망적 상황, 해결책은 ‘우리’에게
두 저자는 공통적으로 폭염 문제의 해결책이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월러스 웰즈는 “기후변화가 총망라적인 재앙이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라고 한다. 탄소 배출 억제를 위해선 강제성을 지닌 전 세계적 약속이 필요하겠지만, 지구온난화가 지구나 특정 사람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클라이넨버그가 말하는 ‘우리’는 이웃에게 관심을 갖는 공동체를 뜻한다. 혼자 방에서 타들어가던 수많은 이들에게 이웃이 있었다면, 폭염은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정부가 사회 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폭염 예방 프로그램을 세워야 하지만, 공동체는 그 보조 역할을 할 수 있다.
시선을 지난 2일부터 열리고 있는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로 옮겨보자. 온열 질환자가 연일 속출하자, 정부는 뒤늦게 일부 행사를 취소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위기 상황일 때 제도의 본모습이 드러난다”는 클라이넨버그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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