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산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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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높은 산을 힘들여 오르는가 하는 물음에 '그저 거기 산이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은 멋지기는 하지만 사실 좀 허탈한 구석이 없지 않다.
메디치상 등을 받은 프랑스의 저명 소설가이자 철학자이면서 등산과 등반을 사랑하는 저자(75)의 이 에세이는 어느 정도 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산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책' '몸의 고달픔을 기쁨으로 바꾸는 건 산이 지닌 수수께끼' '산에서는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다' 등 산에 깊이 빠진 문장가의 표현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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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을 시작하기 전날 밤은 묵묵한 몽환적 세계입니다. 멀리에서는 와지직 하고 빙하 갈라지는 소리와 돌이 굴러 떨어지는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우리는 강한 힘에 사로잡혀 깊은 침묵에 잠깁니다.…우리는 정상에서의 경건한 감동을 예견하는 존경과 두려움이 섞인 어떤 경외감 속으로 나아갑니다.”
‘산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책’ ‘몸의 고달픔을 기쁨으로 바꾸는 건 산이 지닌 수수께끼’ ‘산에서는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다’ 등 산에 깊이 빠진 문장가의 표현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산 정상에 오르면 우리는 마치 낙원을 본 것처럼 사로잡히고 빨려든다. 그 농밀함이 우리를 삼켜버린다”고 했다. “공포와 아름다움이 뒤섞여 우리에게 말을 거는, 보다 높은 곳에 있는 힘일까요?”
한국어판 서문엔 “길 하나를 돌기만 하면 당신은 자연의 광활함을 홀로 마주하고 그 수수께끼 앞에서 숨이 턱턱 막힐 것”이라며 “산은 자신의 방법으로 당신은 먼지 알갱이일 뿐이고, 하찮은 원자, 입자로서 경외심과 겸손함을 느끼는 거라고 말한다”고 썼다.
“산은 당신에게 말을 거는 것 같지만, 당신이 산에게 질문을 하는 순간 침묵을 지킵니다. 겨울의 혹독함이나 여름의 온화함 속에서 우리는 백일몽, 기다림, 황홀경으로 이 침묵을 채웁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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