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스마트폰은 잠시 끄고, 밤하늘 보며 감탄했던 그때로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2023. 8. 5.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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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외롭고, 삶의 의미를 모르고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벌이는 디지털 생존 경쟁으로 미쳐버린 세상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켜져' 있고 연결되어 있지만 재충전은 허용되지 않는다."

신경심리학자로서 2016년 어린이들의 화면 중독을 경고한 책 'Glow Kids'로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 저자가 이번에는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로 둘러싸인 청년과 성인 모두에게 경고장을 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디지털 마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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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속 생존경쟁 벌이는 사람들… 자신과 타인의 삶 끊임없이 비교
말초적 쾌감 중독돼 일상 망가져… 고대 그리스 철학자의 가르침처럼
감탄하고 사유하는 능력 되찾아야
◇손 안에 갇힌 사람들/니컬러스 카다라스 지음·정미진 옮김/368쪽·2만 원·흐름출판
디지털 자극에 갇힌 사람들은 계속해서 더 큰 자극을 추구하며 대뇌의 보상과 쾌락 제동 시스템이 손상돼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 ‘손 안에 갇힌 사람들’의 저자는 고대인이 강조한 지혜와 이성과 분별, 용기와 명예, 창조력을 회복하자고 주문한다. 사진 출처 unsplash
“우리는 외롭고, 삶의 의미를 모르고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벌이는 디지털 생존 경쟁으로 미쳐버린 세상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켜져’ 있고 연결되어 있지만 재충전은 허용되지 않는다.”

신경심리학자로서 2016년 어린이들의 화면 중독을 경고한 책 ‘Glow Kids’로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 저자가 이번에는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로 둘러싸인 청년과 성인 모두에게 경고장을 냈다. 뭐가 문제라는 걸까.

저자의 진단이 아주 놀랍거나 새롭지는 않다. 거대 기술기업들의 플랫폼은 중독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사용자는 조회 수나 ‘좋아요’ 수에 일희일비하고, 보상을 받으면 더 빠져들며, 우울함을 느끼면 그런 감정에서 탈출하기 위해 더욱 디지털 세상으로 도피한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디지털 마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사정을 더 악화시켰다. 코로나 기간 원격 활동이 삶의 다른 표준이 됐고, 디지털 화면을 보며 지내는 시간은 두 배로 늘었다. 고립적인 생활 방식은 우울함을 자극하고 사람들은 더 많은 디지털 마약을 사용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끝없이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번 빠져들면 일상적인 활동이나 상황은 지루하게 느끼게 된다. 대뇌의 쾌락 제동 시스템이 손상되는 것이다.

여기서 받는 보상은 마약과 마찬가지로 신기루에 불과하다.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은 과도하게 비교당한다. 타인들은 행복하지만 ‘내’ 인생은 그렇게 멋지지 않다고 느낀다. 자살 충동을 느낀 10대 중 영국 소셜미디어 사용자의 13%와 미국 사용자의 6%가 그 계기로 인스타그램을 지목했다.

디지털 중독은 개인을 넘어 사회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미 본 것과 연관된 내용을 반복 노출하는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사용자를 더 극단적인 콘텐츠로 몰고 가 계속 참여하게 만든다. 사용자가 이미 가진 생각을 더욱 강화하는 확증 편향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영상을 반복 시청하다 살인을 저지른 미국 청년 코리 존슨의 경우는 그 일부일 뿐이다. 이런 경향은 사회 전반의 분열과 대립을 강화한다.

저자가 더욱 우려하는 것은 디지털 거대 기업들에 수익 극대화를 넘은 어마어마한 목표가 있다는 점이다. “기술 억만장자들은 세상을 지배하고 우리가 보는 것, 사고방식, 사는 방법까지 통제하려 한다.” 이들은 우리의 행동과 데이터를 수집해 인류를 통제하고 나아가 불멸에 이르려는 ‘신(神)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는 진단이다. “오늘날 인간의 마음은 전쟁터이고, 거대 기술기업은 이 전쟁터를 지배하기 원한다.”

이 무한루프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 그리스계 미국인인 저자는 ‘그리스식 해법’을 주문한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감탄하는 법, 존재의 본질과 인간이 자신의 역할을 고찰하는 법을 가르쳤다.” 저자는 고대인이 강조한 ‘철학자 전사 예술가’의 속성, 즉 지혜와 이성과 분별, 용기와 명예, 창조력을 회복하자고 주문한다. 동아시아에 사는 우리로서는 고대 동양의 현인들로부터도 그런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청년기에 뉴욕에서 여러 유명 나이트클럽을 운영했으나 중독 문제를 겪고 혼수상태에서 살아나는 등 여러 경험을 겪은 뒤 중독 전문가로 변신했다. 원제 ‘디지털 광란(Digital Madness·2022년)’.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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