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참가자 4000명 잼버리 캠프서 철수
100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쏟아부은 새만금 잼버리가 미흡한 준비와 미숙한 운영으로 국제적 망신거리가 됐다. 문재인 정부 때 유치가 확정된 새만금 잼버리의 예산은 당초 491억원에서 938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폭염에 대한 무대책을 차치하더라도 비위생적인 화장실, 훤히 보이는 세면장 같은 기본적인 야영 인프라 문제점도 챙기지 못했다.
정부는 여러차례 철저한 준비를 강조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지난달 13일 잼버리가 개최될 전북 부안군 새만금 현장에 방문, 최종 준비 상황을 점검하며 “안전은 과할 정도로 철저하게 챙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폭우·폭염·태풍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준비해달라”고 지적했다.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역사상 가장 안전한 잼버리 대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 예행 연습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전라북도는 지난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2박 3일간 ‘미니잼버리’를 개최했다. 전북도는 “날씨와 토질, 해충 등 숙영여건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고 감염병 및 자연·재난 등 각종 비상·돌발상황에 대응할 대비체계 점검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공약은 개막 첫날부터 모두 공약(空約)이 됐다. ‘그간 숱한 점검 때 도대체 뭘 했느냐’는 지적과 함께 ‘그 많은 예산을 쓰고도 왜 이렇게 준비가 미흡했느냐’는 비판이 거세다.
이번에도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책임 떠넘기기’라는 고질적 문제가 부실 잼버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만금 잼버리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확정됐다. 김관영 전북 지사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조직위원장은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김현숙 장관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김윤덕 의원과 공동으로 맡고 있다. 유치 후 개막까지 정권이 바뀌다 보니 조직위를 구성하는 여러 기관 간에 서로 책임을 미루는 데다 소통조차 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폭염이나 폭우, 해충 방역과 감염, 기반시설에 대한 점검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원택 의원의 질의에 김현숙 장관은 “책임지고 전북 지사에게 잘 이관되도록 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4일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마지막 한 사람의 참가자가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안전관리와 원활한 대회 진행을 책임지겠다”고 뒤늦게 상황 정리에 나섰다.
부안=김준희·최충일 기자, 박태인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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