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환자 기준 너무 제한적” vs “의료 안전 확보 더 중요”

신성식.남수현 2023. 8. 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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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점검 좌담회
장지호 코스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 김성현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이사,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왼쪽부터)가 3일 서울 중구 서소문 사무실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관련 좌담회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6~8월)이 이달 끝난다. 비대면 진료는 재진 환자가 대상이다. 고혈압·당뇨병 환자는 1년 이내, 그 외는 30일 이내에 1회 이상 진료받았어야 한다. 다만 65세 이상 노인(장기요양등급 받은 사람) 등은 예외적으로 초진이 허용된다. 환자가 지정한 약국으로 처방전을 보내면 환자나 대리인이 약을 가져온다. 택배 배송은 원칙적으로 안 된다.

코로나19 기간에 우후죽순으로 생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30여곳 중 일부가 시범사업 시행 후 문을 닫았다고 한다. 닥터나우 같은 플랫폼을 이용해 질환·연령 등과 관계없이 초진부터 진료를 받다가 제동이 걸렸다. 감기·탈모·피부질환·감기 등의 환자들이 많이 활용했다. 플랫폼 업계는 비대면 진료 범위를 확대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한다.

중앙일보·중앙SUNDAY는 3일 오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점검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한국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 대한의사협회 김충기 정책이사(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임상조교수), 장지호 코스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닥터나우 이사), 김성현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이사(블루앤트 대표, 올라케어 운영사)가 참석했다. 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가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하 호칭 생략)

신성식 : 계도기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박민수 : 비대면 진료가 원격의료라는 이름으로 시범사업을 한 지 35년 됐다. 그간 수많은 논쟁이 있었다. 주로 시민단체나 노조 쪽에서는 “의료 영리화의 방편”이라고 주장했고, 의료계는 “동네의원이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에 비대면 진료를 경험하면서 이런 우려가 많이 불식됐다고 본다. 종전에는 ‘정치적 프레임’ 성격이 강했다. 이제는 제도화하자는 데 생각이 모였다고 본다.

신성식 : 이용자가 늘고 있나.

박민수 : 아직은 의사들이 많이 참여하는 건 아니다. 첫 달엔 다소 두렵기도 하고 불확실하니까 주저했는데 이후에는 늘어나는 것 같다.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있다.

비대면 진료의 적용 대상을 두고 논쟁이 시작됐다. 안기종 대표가 포문을 열자 김충기 이사가 반박했다.

안기종 : 진짜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환자는 고혈압·당뇨병 등의 만성환자인데, 아직 많이 이용하지 않는 것 같다. 이들이 잘 모른다. 이걸 바꾸려는 움직임은 적고, 의료기관이나 플랫폼 업체의 목소리만 크다.

김충기 : 고혈압·당뇨병 환자 중에도 반드시 대면 진료가 필요한 사람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왜냐하면 다양한 합병증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혈액·소변 검사, 심전도 검사를 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진 게 많다.

박민수 : 비대면 진료는 뭔가를 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게 열어준 것이다. 만성질환 환자도 리스크가 높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가 있다. 의사가 판단해서 비대면으로 하기 어려우면 대면 진료를 요청하면 된다. 1년 이내냐, 30일 이내냐 이런 규정이 문제가 아니다.

김충기 : 초진부터 허용하면 안 되는 이유는 의료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고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에게 판단 권한이 있다지만 비대면 진료가 확대되면 의료기관에 올 수 있는 환자도 “비대면으로 하자”고 요구할 수 있다. 이렇게 판단을 강요당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에 박 차관은 “(그런 상황이면 비대면 진료를) 안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충기 이사는 “대부분 환자가 요구하는 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안 할 수 없다”고 되받았다. 안기종 대표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안 대표는 “그런 환자도 일부 있겠지만, 대다수 환자는 의사의 진료 계획을 따를 수밖에 없다. 비대면 진료는 별개의 제도가 아니라 의료 서비스를 편리하게 하는 하나의 도구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좀 더 주도적으로 나가야지 정부나 산업계에 끌려다니는 게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플랫폼 업계 문제로 화제가 옮겨갔다. 박 차관이 먼저 입장을 밝혔다. “비대면 진료는 팬데믹 위기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시행한 것이다. 평시에 그대로 간다는 사회적 합의가 없었고, 안전성 담보도 없었다. 플랫폼 업체가 30개라는데, 온라인 특성상 여행업·대화앱 처럼 소수로 재편될 수밖에 없지 않나. 시범사업 때문에 어려운 것처럼 말하는 건 과장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그러나 장지호 회장은 “기형적으로 많이 생긴 건 인정한다. 다만 다양한 (시범사업) 모형이 있는데도 너무 제한적인 모형이 시행됐다”며 “재진 환자의 기준이 너무 제한적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장지호 : “코로나19 때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과 효용성을 확보했다고 본다. 당시 의료사고가 있었다면 지금 이렇게 말 못한다. 경증 환자와 감기·비염 환자 위주로 진료가 이루어졌다. 99%가 초진 환자였다. 그런데 안전성을 이유로 너무 많은 걸 미루고 있다. 이미 국민 1300만명이 3800만 건 이상 이용했다. 코로나19 때와 모형이 달라질 이유가 없다고 본다.”

신성식 : ‘만성질환자 1년(그 외 질환 1개월) 이내 진료’라는 기간 제한이 너무 엄격하다는 건가.

장지호 : 맞다.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

김성현 : 의사 입장에서 만성질환자를 (비대면 진료로) 결정하기 더 어렵다. 이런 환자는 시범사업 대상에 들어와 있고, 좀 더 쉬운 대상은 막혀 있다.

신성식 : 어떤 환자가 그런가.

김성현 : 예를 들면 30대 감기 환자다. 본인이 판단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환자이다.

안기종 : 지금 시범사업 모형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한 초진 대상자가 400만~500만명은 된다. 일단 비대면 진료가 정말 필요한 환자부터 먼저 하고, 법 제정 후 감기 환자로 넓혔으면 좋겠다.

박민수 : 플랫폼 업체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라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진단의 정확성에 두려움을 느낀다.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경험이 쌓여야 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하려는데 (판을) 깨뜨리는 건 소탐대실이다. 병원 갈 틈이 없는 50~60대 도시의 중년 직장인에게 비대면 진료가 매우 중요하다.

장지호 : 우리가 비즈니스를 하려고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하면 좀 억울하다. 수익이 안 난다. 우리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점이 있다. 다만 지난 3년 비대면 진료 실적을 평가하고 해석하지 않는 게 아쉽다. 그런 걸 하고 시범사업으로 전환했으면 이해했을 거다.

박민수 : 시범사업의 목표가 플랫폼에 투자한 업계를 살리는 게 아니다. 국민 보건을 지키는 게 책무다. 비대면 진료는 의료행위 보조 수단이다. 국민 보건에 위해가 생기지 않게 철저하게 리스크를 점검하는 게 마땅하다. 그걸 담아 시범사업을 설계한 것이다.

박 차관은 의료계를 향해 “환자를 봐달라”고 강조했다.

박민수 : 환자가 병원 가는 건 귀한 시간을 내는 것이다. 열 번 가서 같은 처방을 받으면 비대면으로 해도 된다고 느낀다. 오가는 비용을 줄여서 접근성을 높이는 좋은 수단이 비대면 진료이다. 대면이냐 비대면이냐 이런 걸 따지기보다 환자를 중심으로 큰 틀에서 의료계와 산업계가 판단했으면 좋겠다.

장지호 : 의협에서 주도하고 정부가 관리하고 산업계는 지원하는 식으로 유기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의료진의 의견을 안 들으려고 한 게 아닌데,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디지털 헬스케어란 범주 안에서 많은 의견을 구하겠다.

신성식 : 소아환자는 상담만 가능하고 약 처방이 안 돼 불편을 느낀다는데.

박민수 : 소아과학회는 (비대면으로) 증상만 보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를 안심시킬 수 있게 상담만이라도 하고, 이런저런 조처를 해보고 안 되면 빨리 병원으로 가라고 한 것이다.

김충기 : 소아과 의사가 이기적이지 않다. 소송에 걸리는 리스크가 상당히 높다. 처방까지 해서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제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신성식 : 거동불편자 등 일부만 약사와 협의해 집에서 약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계속 약 배송을 금지할 건가.

안기종 : (약 배송을 계속 막으면) 반쪽짜리 제도에 불과하다.

박민수 : 약은 약사가 조제하고 제도를 끌고 가는데, 이들이 어렵다고 하면 못하는 것이다. 밀어붙일 게 아니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신성식 : 계도기간이 끝난 후에도 지금의 틀이 계속 가나.

박민수 : 그렇다. 바꿀 만한 요인이 없다.

진행=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리=남수현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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