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회피 꼼수” AI 활용 웹툰 작가에 반발 ‘별점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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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저작권 논란 가열
지난달 배우 톰 크루즈와 마고 로비는 왜 일본 행사에 불참을 선언했을까. 자신들의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미션 임파서블7)’과 ‘바비’의 흥행 가도에 바람을 더 불어넣을 수 있었을 텐데. 게다가 직전 한국에서의 행사가 성황이었음에도. 이 배우들이 유독 한국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할리우드 배우, 방송인 노동조합(이하 SAG) 파업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파업 이유는? 배우들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자신들의 작품, 외모, 목소리 등을 무단 도용할 가능성 있다며 제작·배급사를 상대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작가들은 생성형 AI가 다수의 인력이 길게는 수년씩 걸려 쓰던 드라마나 영화 대본을 몇 분이면 그럴듯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지식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위기감에 빠졌다.
표지 그림 등 일러스트 업계에 종사하는 작가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웹툰이나 웹소설이 이야기 전개와 그림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는 데 비해, 표지 일러스트의 경우 생성형 AI로 대체하기가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이다. 웹소설 일러스트레이터 이상미(29)씨는 “최근 AI가 그린 일러스트를 봤는데 기존 일러스트와 굉장히 느낌이 유사했다”며 “나 같은 일러스트 작가들이 대체되는 것은 시간문제 아닌가”라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업계에서는 효율성과 경제성을 따지다 보면 AI를 선호하게 된다는 입장도 나왔다. 익명의 웹소설 업계 관계자는 “AI는 짧은 시간에 수없이 많은 후보를 생성할 수 있고 업무적 스트레스도 덜하니 선호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AI 작품에 대한 논란은 가속화되고 있지만, AI가 창작한 작품의 가치를 얼마나 인정할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더디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창작의 주체에 AI가 포함돼 있지 않다. 자연스럽게 AI 자신의 저작권은 인정될 수 없다. 다만 사람이 AI와 ‘협업’하고 ‘활용’ 할 때는 문제가 다르다. 사람의 개입 정도에 따라 저작권을 부여하는 새 기준은 시급히 마련돼야 혼란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AI의 학습과 관련해 개인정보 침해 논란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초 20세 여대생 컨셉의 AI 챗봇 ‘이루다’가 개인정보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이루다의 개발사 ‘스캐터랩’이 같은 회사의 대화 분석 앱 ‘연애의 과학’과 ‘텍스트앳’등의 채팅 자료를 동의 없이 수집했다. 최경진 교수는“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고 형사처벌 사유에도 해당한다”면서도 “다만 기존 데이터를 AI 학습용으로 이용하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제한돼야 하는 지는 재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논란은 플랫폼의 역할론으로도 이어진다. 공정 경쟁 환경을 유지해야 할 책임이 플랫폼에 있다는 것이다. 권현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꼭 저작권의 내용으로 보상하기보다 ‘공정이용보상금제도’등의 펀딩을 활용해서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보상 시스템을 마련하면 AI 사업자들이나 플랫폼들도 비난에서 벗어나고, 창작자들의 반발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원동욱 기자 won.do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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