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회피 꼼수” AI 활용 웹툰 작가에 반발 ‘별점 테러’

원동욱 2023. 8. 5.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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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저작권 논란 가열
지난달 배우 톰 크루즈와 마고 로비는 왜 일본 행사에 불참을 선언했을까. 자신들의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미션 임파서블7)’과 ‘바비’의 흥행 가도에 바람을 더 불어넣을 수 있었을 텐데. 게다가 직전 한국에서의 행사가 성황이었음에도. 이 배우들이 유독 한국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할리우드 배우, 방송인 노동조합(이하 SAG) 파업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파업 이유는? 배우들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자신들의 작품, 외모, 목소리 등을 무단 도용할 가능성 있다며 제작·배급사를 상대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작가들은 생성형 AI가 다수의 인력이 길게는 수년씩 걸려 쓰던 드라마나 영화 대본을 몇 분이면 그럴듯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지식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위기감에 빠졌다.

웹툰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표지. [중앙포토]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생성형 AI의 저작권 관련 논란은 국내에서도 격렬하다. 진앙지는 웹툰·웹소설 분야다. 지난 5월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는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의 작가가 AI를 작화 일부에 활용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독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평가를 낮게 주는 ‘별점 테러’로 AI의 작품 활용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제작사가 후보정 과정에서만 AI 기술을 썼다고 해명했지만, 독자들은 “배경으로 나오는 집들의 위치나 크기기 뒤죽박죽이다” “이게 연재되면 작가들은 그림 공부는 안 하고 저작권을 회피하는 꼼수만 배우게 될 것”이라며 혹평했다. 카카오페이지의 연재되는 한 웹소설도 생성형 AI 를 활용해 표지 디자인을 만든 것이 알려지며 일러스트 작가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지난달 4일에는 네이버 웹툰 아마추어 플랫폼에 ‘AI 웹툰 보이콧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들은 “AI가 만들어낸 그림은 단 한장도 저작권에서 안전하지 않다”며 “도둑질로 만든 AI 웹툰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논란과 관련하여 네이버 웹툰 측은 “도전만화, 베스트도전, 공모전 출품작을 자사 AI 학습에 전혀 활용하지 않았고 활용 계획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보이콧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판타지 웹 소설을 집필 중인 이상욱(31)씨는 “AI를 통해 소설이나 일러스트를 작성할 경우 자연스럽게 기존 작품들이 사용될 수밖에 없다”며 “수없이 많은 작품을 사전 통지나 동의, 정당한 보상 없이 이용하는 것은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표지 그림 등 일러스트 업계에 종사하는 작가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웹툰이나 웹소설이 이야기 전개와 그림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는 데 비해, 표지 일러스트의 경우 생성형 AI로 대체하기가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이다. 웹소설 일러스트레이터 이상미(29)씨는 “최근 AI가 그린 일러스트를 봤는데 기존 일러스트와 굉장히 느낌이 유사했다”며 “나 같은 일러스트 작가들이 대체되는 것은 시간문제 아닌가”라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업계에서는 효율성과 경제성을 따지다 보면 AI를 선호하게 된다는 입장도 나왔다. 익명의 웹소설 업계 관계자는 “AI는 짧은 시간에 수없이 많은 후보를 생성할 수 있고 업무적 스트레스도 덜하니 선호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AI 작품에 대한 논란은 가속화되고 있지만, AI가 창작한 작품의 가치를 얼마나 인정할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더디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창작의 주체에 AI가 포함돼 있지 않다. 자연스럽게 AI 자신의 저작권은 인정될 수 없다. 다만 사람이 AI와 ‘협업’하고 ‘활용’ 할 때는 문제가 다르다. 사람의 개입 정도에 따라 저작권을 부여하는 새 기준은 시급히 마련돼야 혼란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생성형 AI를 이용하는 기업들이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수집한 정보를 통해 상업적 이익을 거두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화우의 이광욱 변호사는 “AI 모델이 연구 목적을 넘어서 유료 서비스로 출시돼 상업적 수단이 된다면 학습 행위의 적법·공정 여부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교수(개인정보전문가협회장)는 “AI의 창작 과정에서 기존 지적재산권 및 특허권을 보호하지 않으면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지적 재산권 및 특허권의 적극 보호는 국가 발전과 밀접하다”고 밝혔다.

AI의 학습과 관련해 개인정보 침해 논란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초 20세 여대생 컨셉의 AI 챗봇 ‘이루다’가 개인정보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이루다의 개발사 ‘스캐터랩’이 같은 회사의 대화 분석 앱 ‘연애의 과학’과 ‘텍스트앳’등의 채팅 자료를 동의 없이 수집했다. 최경진 교수는“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고 형사처벌 사유에도 해당한다”면서도 “다만 기존 데이터를 AI 학습용으로 이용하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제한돼야 하는 지는 재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논란은 플랫폼의 역할론으로도 이어진다. 공정 경쟁 환경을 유지해야 할 책임이 플랫폼에 있다는 것이다. 권현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꼭 저작권의 내용으로 보상하기보다 ‘공정이용보상금제도’등의 펀딩을 활용해서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보상 시스템을 마련하면 AI 사업자들이나 플랫폼들도 비난에서 벗어나고, 창작자들의 반발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원동욱 기자 won.do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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