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스템과 연계 쉬운 챗GPT, 구글 검색 능가할 듯
이준기의 빅데이터
구글 초기 20억 가치, 20년 뒤 100만 배
하지만 그들의 알고리즘은 너무나 많은 컴퓨팅을 요구해 당시 가장 좋은 시스템을 갖고 있던 스탠퍼드대학의 총 인터넷 용량의 반 이상을 쓰고 있었고, 이것 때문에 캠퍼스 내 다른 컴퓨터 서버가 마비됐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학교의 네트워크 담당자는 불평 e메일을 보내는 등 여러 번 그들의 시스템 사용에 대해 경고를 날리지만 스탠퍼드대학은 그 이상의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결국 두 창업 멤버는 성공적으로 자신들의 알고리즘을 실험해 볼 수 있었으며 마침내 지금 우리가 아는 구글이라는 세계적 기업이 완성됐다.
현재 구글(알파벳)의 시장 가치는 1977조원에 이른다. 구글 하나를 팔면 삼성전자 같은 기업 5개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구글이 처음부터 성공을 달린 것은 아니다. 그들도 좋은 검색 알고리즘을 가졌지만 어떻게 그것으로 수익을 만들어 낼지는 몰랐다. 페이지와 브린은 결국 박사과정을 중도 포기하고 창업해 여러 군데 초기 투자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초기에 그들은 자신의 시스템을 라이선스 형식으로 다른 기업에 넘기려 했으나 이마저 그들이 제시한 160만 달러와 인수회사에서 제시한 75만 달러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하고 만다. 당시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인터넷의 미래와 발전에 대해 가장 많은 지식과 영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으나 검색엔진을 단지 흥미로운 기술의 하나로 여기는 데 그쳤다. 포털의 개념이 더 인기 있는 아이디어로 생각되고 있었다.
여기서 구글의 역사를 살펴본 것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챗GPT가 결국 구글 같은, 아니면 구글을 능가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구글의 가치가 구글 창업자들이 초기 제시한 20억원에서 20년 후 100만 배의 가치가 됐듯이 또 한 번 기적적인 일이 일어날 것인가?
이 두 시스템의 또 다른 공통점은 초기에는 정확한 수익모델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색당 사용료를 요구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검색은 무료로 제공했다. 구글 수익의 대부분은 검색 후 나오는 광고에 의해 만들어진다. 마찬가지로 챗GPT도 현재는 프리미엄모델로 한 달 사용료를 받고 있지만 이것 자체가 주요 수익 모델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구글이 여러 진통 끝에 결국 광고 모델로 자리를 잡은 것처럼 초기 챗GPT 모델들도 일단 기술에만 전념하고 있으며 결국은 많은 사람이 사용하게 되면서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 두 시스템의 다른 공통점은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시스템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구글에서는 1초당 9만9000개의 검색이 행해지고 있으며 한 달에 약 900억 건의 방문이 이루어진다. 챗GPT도 서비스 개시 불과 1개월 만에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용했으며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시작되면 거의 구글 수준의 사용자가 만들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이 둘 사이의 공통점은 두 시스템 모두 서비스를 위해 엄청난 양의 컴퓨팅 계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기 구글의 실험 시스템이 스탠퍼드대학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챗GPT의 시스템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타입의 인공지능 칩을 필요로 한다. 현재 이 칩을 만드는 엔비디아 같은 기업의 가치가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있다.
이제 다른 점을 살펴보자. 구글에 비해 챗GPT의 투자는 순조로운 편이다. 구글의 창업자가 불과 20억원에 라이센스를 팔기 위해 고생했지만 챗GPT는 초기에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조3000억원의 투자금을 받았고 올해 13조원의 추가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에 대한 독점 배타적 사용 라이선스를 갖게 됐다.
물론 개발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대용량 언어를 학습시키는 데 극히 어려운 기술이 적용되지만 현재 챗GPT 기술이 독보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관련된 주요 논문이 2017년 이미 발표됐고 챗GPT 기술은 많이 알려져 있다. 구글, 메타(페이스북), 테슬라 등의 거대 테크(tech)기업에서는 비슷한 성능의 시스템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말만 하면 여행 계획·예약 처리도 가능
현재 이들의 경쟁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오픈시스템이다. 원래 인공지능의 연구 분야는 코드 등을 공개하는 오픈시스템이 관행이었고 챗GPT를 만든 OpenAI도 처음에는 이름이 그러하듯이 공개를 원칙으로 했다. 하지만 개발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감으로써 중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게 됐고 결국은 폐쇄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오픈시스템 쪽의 연구와 실험도 상당해서 최근에는 챗GPT와 거의 비슷한 성능의 시스템이 오픈으로 시장에서 소개되고 있고 몇몇 시스템은 사용자의 권한도 무료로 제공한다. 이런 고민을 반영하듯 최근 구글에서 유출됐다는 내부보고서에는 “우리는 해자(경쟁우위 요소)를 갖고 있지 못하다. 이런 면에서는 OpenAI 도 마찬가지다”라는 내용이 있어 파문을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구글과 챗GPT가 가장 다른 비즈니스 모델은 구글이 그냥 인터넷 검색으로 고립돼 사용되고 있는 데 반해 챗GPT는 다른 시스템과의 결합으로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이다. 곧 마이크로소프트가 우리가 사용하는 오피스의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에 챗GPT를 연결하는 코파일롯을 출시해 엑셀에 있는 데이터를 이용한 분석 또는 그래프를 만드는 것 등의 일들이 챗GPT로 인해 더욱 수월해 질 것으로 보인다.
여행 사이트인 엑스피디아는 챗GPT를 자신의 사이트에 연계해, 그저 말로 희망 장소, 시간을 얘기해 주기만 하면 여행 계획과 필요 예약을 해 주는 시스템을 최근 선보였다. 이러듯 쇼핑, 법률 정보 서비스, 교육, 상담 등 여러 방면에서 챗GPT과 연계된 서비스가 제공됨으로써 챗GPT의 사용 용도는 구글 검색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챗GPT는 구글과는 달리 다양한 형식으로 사용되고 분야별, 산업별로 여러 가지 시스템이 보급될 것이다. 구글처럼 큰 규모의 단위 기업이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챗GPT가 생성해 내는 시장 규모는 더 클 것이고, 산업 측면에서도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분야별, 애플리케이션별로 다양한 챗GPT 모델이 보급되면 많은 기업이 향후 큰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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