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프리즘] 청춘의 자립을 응원하는 사회
■
「 좋은 일자리 계속 생기게 하려면
기업들이 고용 주저 않게 만들어야
」
베스트 셀러였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출간된 해가 2010년이다. 이 책이 인기를 얻은 이유는 제목에서부터 공감하는 청년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들은 유소년기에 1997년 외환위기를 겪어 미래에 대한 불안이 내재된 상태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맞았다. 그러나 이후로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2020년에 ‘청년기본법’까지 제정된 걸 보면 말이다. ‘청년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 법 제정 이유였다.
청년이 처한 상황이 어떻길래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일까. 경제활동참가율(경활률)을 주목해 볼 만하다. 경활률은 인구 중에 일을 하고 있거나 일을 구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다. 학생이나 군인은 제외된다. 즉 일할 뜻이 있는 사람의 비율이 경활률이다. 누구든 경제적으로 홀로서기를 하려면 일을 해야 하므로 일할 의사가 있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경활률을 보면 청년이 홀로서기를 늦추는 경향이 보인다. 20~24세의 경활률이 2000년 57.9%에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8.7%까지 거의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경제활동 참가가 늦으면 일할 기간이 짧아져 생애 전반의 소득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조차 적게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어떤 직업으로 커리어를 시작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 경험적, 실증적으로 밝혀졌기에 시작을 위한 기다림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게다가 경활률 추세의 남녀 차이도 걱정스러운 모양새다. 20~24세 경활률 하락은 남녀 모두에서 나타나지만, 25~29세의 경우 남자는 2000년 84.4%에서 2019년 76.7%로 하락한 반면 여자는 같은 기간 55.9%에서 76.3%로 상승했다. 2022년에는 남자 73.9%, 여자 78.2%로 역전됐다. 30~34세의 경우도 남자는 95.5%에서 90.6%로 하락했지만 여자는 48.9%에서 67.2%로 상승했다. 즉 25~34세 연령대에서 경활률이 평균적으로 올라간 것은 여자 경활률이 괄목할 만큼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 연령대 경활률의 하락이 기꺼운 선택의 결과는 아닐 것이기에 청년 남자의 절대적, 상대적 불안과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청년 여자의 상황이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20~34세의 남녀 임금 격차는 2000년 이래 월 50만 원 가까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낮은 임금의 일자리 기회가 늘어나는 걸 여자가 먼저 채우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종합적 고민이 필요한 실정 맞다.
두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긴 기간의 교육이 결국 자립을 위한 것임을 사회적으로 각성해야 한다. 청년도 성인이다. 청년기본법상 청년은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으로, 성인 도입기에 해당한다. 청년의 자립이 늦어지고 힘들어지지 않았다면 애초에 청년기본법이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청년을 위한 정책도 청년이 명실상부한 성인이 되도록 그의 자립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있어야 한다.
둘째, 청년에 대한 진정한 지원은 좋은 일자리가 계속 생기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좋은 서비스와 상품이 새로 등장하는 데 걸림돌이 없어야 하고, 크고 좋은 기업들이 고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 전자는 규제 혁신, 후자는 노동 개혁이 핵심이다. 상투적이어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2022년 1011만 명인 청년 인구는 10년 후 766만 명으로 줄어든다. 점점 귀해지는 청년이 자립을 포기하지 않도록 기성세대가 나서야 한다.
민세진 동국대 교수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