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억] 푸른 바닷속 붉은 목록
먼 곳의 ‘저기’를 지금 내 앞의 ‘여기’로 옮겨다주는 것을 사진의 순기능으로 꼽는다. 그 말은 곧 여기 일상에 발 딛고 있는 우리를 사진이 저 먼 다른 세상으로 순식간에 옮겨준다는 말과도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혹서의 한가운데서 볼 사진은 ‘800번의 귀향’이다.
사진을 찍은 장재연은 10년여 동안 전 세계 바닷속을 800번 넘게 다이빙해서 ‘800번의 귀향’이라는 전시로 바닷속 풍경과 그곳의 진귀한 생물들을 우리에게 전해준 ‘바다사진가’이다.
전 세계 바닷속을 800번 넘게 다이빙한 것도 드문 기록이지만, 바다생물을 촬영하는 것 역시 쉬이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수중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의 제약이 큰 데다 다이빙 기술도 뛰어나야 한다. 수중촬영장비를 다루는 법에 능해야 할 뿐 아니라 바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위험 요소들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만나고 싶다고 해서 바다생물이 제때 나타나거나 적절한 포즈를 취해주지도 않는다.
그런 모든 어려움에도 수중사진을 지속해온 것은, 바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먼저 바닷속에 어떤 생명들이 살아가는지 ‘알아야 지킬 수 있다’ 믿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로 잘 알려진 재단법인 숲과나눔 이사장이 사진가 장재연이 된 이유다.
사진 속에서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인간과 고래상어가 평화로이 함께 춤을 추고 있지만, 고래상어는 인간에 의해 멸종위기에 처한 대표적인 바다생물 가운데 하나다. 오랫동안 샥스핀 요리에 사용키 위해 남획되어온 데다 어업활동으로 인한 소음 공해, 서식지 파괴, 환경오염, 기후 위기가 더해지면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꼽은 멸종위기 바다생물 중 한 종으로 ‘적색목록(Red List)’에 올라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의 한 대목을 빌자면, 장재연은 ‘너무 아름다운 것을 본 죄’로 그 책임을 지는 자다. 우리도 지금 그것을 보고 있다.
박미경 류가헌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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