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종료 앞두고 오르는 기름값…휘발류 ℓ당 2000원 될까?

박지성 2023. 8. 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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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세···정부,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 예정
정유업계 "주유소 가격 관여 할 수 없다"
협회 "가격 일부러 올리지 않는다"

국제 유가 상승과 더불어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이달 끝으로 종료됨에 따라 휘발유 가격은 2000원 대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유류세 인하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더팩트 DB

[더팩트|박지성 기자]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이달 끝으로 종료가 예고된 가운데 국제 유가는 상승세 기류로 접어들었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면 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휘발유 가격은 2000원 대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면서 인하 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하거나 인하 폭을 줄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4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공시된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L)당 1663.4원으로 전날 대비 5.39원 올랐다. 경유 가격도 이날 전국 평균 L당 1479.11원으로 전날보다 6.61원 상승했다.

지난달 6일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은 L당 1569원, 경유 1379원으로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약 100원가량 올랐다. 국제 유가도 6월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기름값은 당분간 치솟을 전망이다.

국내 유가는 싱가포르 석유제품 기준에 따라 책정된다. 지난 3일 싱가포르의 국제 휘발유 가격(92RON)은 배럴당 95.16달러를 기록했다. 6월 1일과 비교하면 약 10.85달러 오른 셈이다. 경유 가격 또한 지난 6월 1일(86.93달러)보다 30.63달러 오른 117.57달러로 집계됐다.

기름값은 당분간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다. 정유업계에서는 OPEC+(석유수출국기구)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과 미국 내 석유제품 재고 감소, 중국의 수요 증가 등으로 국제 유가는 상승세가 지속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OPEC+ 산유국들이 감산 조치에 들어간다면 기름값은 상승할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의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가 이달 말 끝나면 소비자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정부는 2021년 11월부터 휘발유 유류세를 25%, 경유와 LPG부탄은 37%를 각각 인하해주고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끝나면 다음달부터 휘발유 가격은 L당 200원, 경유는 210원 가량 인상된다. 이렇게 되면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단숨에 1900~2000원대에 달하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국제 유가 변동에 따라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제 유가 추이 등을 살펴보면서 유류세 인하를 중단할지 연장할지 검토 단계에 있다"며 "여러 방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름값 상승분은 즉각 반영되고 하락할 땐 더디게 반응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더팩트 DB

◆ 기름값 내릴땐 찔끔, 오를땐 급등하는 이유

통상 국제 유가 변동이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는 것은 2~3주의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국내 주유소 80% 이상은 직영주유소가 아닌 자영주유소가 차지하고 있어 기름값 결정은 주유소 업주들에게 있다.

정유사들이 국제 유가에 맞춰 주유소에 물량을 납품하면 주유소 사장들은 들여온 가격에 맞춰 또 다시 가격을 책정한다. 예를들어 2주 전에 오른 가격으로 재고를 들여왔는데 현 시점에 유가가 낮아졌다고 주유소는 곧바로 가격을 낮추지 않는다. 2주전에 들여온 가격으로 재고가 소진될때까지 가격을 유지한다. 그러나 싼 가격에 재고를 들여왔는데 현 시점에 유가가 높아질 경우엔 곧바로 최근 유가로 가격을 책정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이런 현상으로 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엔 내릴땐 조금씩 내려가고 오를땐 급격히 오른다고 느끼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주유소의 기름값 책정에는 기업이 관여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주유소는 자영주유소가 80%이상 차지하고 있는데 자영주유소는 개인사업자로서 가격 관련해 기업이 관여할 수 없다"며 "과거 자영주유소 업주들이 유가가 오를때만 즉각 가격을 반영해 기름을 판매한 것은 맞지만 현재는 주유소 사업이 원할하지 않는 상황에 가격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20%의 직영 주유소는 유가에 맞춰 곧바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주유소협회는 기름값을 이익을 위해 높게 받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자영주유소가 줄줄이 폐업하고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오히려 더 낮춰 팔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전국 주유소는 2011년 1만2901곳에서 지난달 말 기준 1만911곳으로 1910곳이 폐업했다.

한국주유소협회 측은 "정유사의 공급가격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은 맞다. 그러나 주유소 업주들의 전략에 따라 가격 책정은 다르다"며 "요즘은 주변 주유소들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가격을 내리면 내렸지 일부러 올리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capta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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