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삼성생명, 내부통제 구멍 비판도...신뢰 회복 방안 있나
아난티 호텔 본사와 부동산 거래 비리 의혹…검찰 수사 중
내부통제 전담조직 부재하다는 지적도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삼성생명이 내부통제 전담조직이 부재하다는 금융감독원의 지적과 함께 휴양콘도업체 아난티의 부동산 거래 비리 의혹에 휩싸이는 등 안팎으로 잡음이 일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부동산 거래 비리 의혹으로 임직원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삼성생명의 내부통제시스템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는 올해 본사업과 신사업을 통한 미래 성장을 꾀하며 소비자 신뢰 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생명보험사 삼성생명이 최근 아난티 호텔 본사와 부동산 거래 비리 의혹으로 임직원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월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으며 이만규 아난티 대표와 거래 당시 삼성생명의 투자심의위원회 위원 9명 등을 참고인으로 소환한 조사도 진행했다. 삼성생명 부동산사업부장으로 재직했던 이 모 씨와 이홍규 아난티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기소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공시를 보면 아난티는 2009년 4월 신천동의 토지와 건물을 500억 원에 매수하고, 지상 17층·지하 7층 규모로 개발 예정인 이 부동산을 삼성생명에 준공 조건부로 되팔았다. 아난티가 최종 잔금을 납부하기 전인 같은 해 6월 계약이 체결돼 이듬해 12월 삼성생명으로 소유권이 넘어갔으며, 총 매도액은 1174억 원이었다. 이후 실제 거래금액이 969억 원으로 확정되면서 아난티는 차익으로 매입가의 두 배에 가까운 469억 원을 벌어들였다.
검찰은 삼성생명 임직원들이 당시 아난티와의 부동산 부정거래를 통해 회사에 수백억 원 규모의 손해를 끼치고, 아난티는 그 대가로 회삿돈을 횡령해 삼성생명 관계자들에게 뒷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만약 투자심의위원회에 참여했던 이들에게 배임 혐의가 적용되면 참고인이었던 전영묵 대표의 신분도 피의자로 전환된다. 삼성생명은 브로커 의혹을 받는 이 모씨 등이 투자심의위원들을 기만한 탓에 사건이 벌어진 것이라며 부실 검증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도 투자심의위원들이 고의로 토지와 건물 가격을 비싸게 책정해 매입한 것이 아니라 과실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과다하게 책정되었다는 입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시 삼성생명의 부동산사업부가 제대로 된 검증을 받지 않는 등 내부통제시스템이 미흡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동산사업부는 자산운용본부 소속이었으나 내부 인력 순환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 폐쇄적 조직이었으며 별개의 조직처럼 움직였다는 것이다. 2009년 자산운용부문 사장이 부임하자 직속 부서로 분리되기도 했다. 삼성생명이 부동산자산을 정리하면서 이후 자산운용부 소속으로 다시 재편됐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다 보니 회사에서 관련한 별도의 입장 등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따로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 '신뢰 회복' 최우선 과제
앞서 삼성생명은 내부통제 전담조직이 부재하다는 금감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금감원은 지난 4월 삼성생명이 대표금융회사로 있는 삼성 금융복합기업집단에 경영유의 사항 6건, 개선사항 8건을 부과하는 등 행정지도를 실시했다. 금감원은 위기 대응 체계를 보강하고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 전담조직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또 삼성생명은 지난 5월 금감원으로부터 퇴직연금 법규 위반으로 과태료 3780만 원을 부과받았다. 직원 1명에 대한 주의 조치와 자율처리 필요사항 1건도 통보 받았다. 삼성생명이 지난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7월 기간 중 적립금이 최소 적립금보다 적은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계약 58건에 대해 결과를 전체 근로자에게 통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영묵 대표는 올해 본사업과 신사업을 통한 미래 성장을 꾀하며 소비자 신뢰 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전영묵 대표는 올 1월 신년사를 통해 과감한 혁신과 도전을 통해 변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영묵 대표는 경영철학인 '고객을 위한 변화와 도전'을 토대로 본업 경쟁력을 위한 고객·시장 관점의 채널과 상품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을 위한 자산운용과 신사업 육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영묵 대표는 "비즈니스는 결승선이 없는 무한게임"이라며 "무한게임에서 생존하려면 '보험을 넘어 고객의 미래를 지키는 인생 금융파트너'가 되겠다는 대의명분을 가슴에 품고 한계를 넓혀가는 도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난티 호텔 본사와 부동산 거리 비리 의혹으로 전영묵 대표가 배임 협의를 적용받게 된다면 금융당국이 대주주 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삼성생명의 신사업 심사를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신사업의 경우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대주주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심사가 보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수사 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신사업 진출길이 막힌다면 삼성생명에서도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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