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돈봉투’ 현역의원 윤관석 구속…송영길 겨눈 검찰 수사 향방은 (종합)

김종용 기자 2023. 8. 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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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만은 기각…“증거인멸 염려로 보기 어려워”
무소속 윤관석 의원(왼쪽 사진)과 이성만 의원. /뉴스1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의 운명이 엇갈렸다. 윤 의원은 구속된 반면 이 의원은 구속을 면했다. 검찰은 윤 의원을 구속 수사해 돈 봉투 수수 의원 명단을 확정한 뒤 의혹의 ‘정점’에 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공모 여부를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 28분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윤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시각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본건 혐의에 관한 자료들이 상당 부분 확보돼있는 현재까지의 수사 내용 및 피의자의 관여 경위와 관여 정도, 피의자의 지위, 법원의 심문 결과 등에 의할 때,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두 의원은 이날 법정에서 직접 소명 기회를 얻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의원은 구속 심사에 앞서 취재진에 “판사님 앞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얼마나 부당한지 잘 설명드리고 현명한 판단을 받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비회기 중 영장 재청구 승부수…검찰, ‘절반의 성공’

윤 의원은 2021년 4월 28∼29일 국회 본관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과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현역 의원 20명에게 300만원씩 총 6000만원을 살포한 혐의를 받는다.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전국 대의원 등의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게 최우선 과제였던 만큼, 윤 의원이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리며 송 전 대표를 뽑으라는 ‘오더(지시)’를 각 지역 대의원에게 내려달라고 요구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이 의원은 2021년 3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경선캠프 운영비 명목으로 100만원을 제공하고, 지역본부장에게 줄 현금 1000만원을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4월 윤 의원으로부터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받은 혐의도 있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유일하게 ‘수수자’로 지목된 현역 의원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24일 두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6월 12일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이달 1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16일 임시국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국회 회기가 중단돼 두 의원은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바로 구속 심사를 받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유례 없는 조직적 대규모 금품 선거 사건으로 반(反)헌법적 범죄행위”라며 “금품을 수수한 국회의원들을 정확하게 규명해야 하고 증거 인멸 우려도 있어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날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 소속 검사 8명이 4명씩 나뉘어 두 의원 영장심사에 참석했다. 검찰은 윤 의원에 대해 180장, 이 의원에 대해 160장 분량의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준비해 금권 선거라는 사안의 중대성에 따른 구속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일반 국민은 소액의 매표 행위까지 원칙적으로 구속되는 점에서 현역 의원들에게 불구속이라는 특혜를 부여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윤 의원의 경우 돈봉투를 의원들에게 직접 전달한 당사자인 만큼, 현재까지 특정한 수수 의원을 보다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두 의원은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가 ‘부당한 꼼수’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검찰은 전례 없이 국회 비회기를 정치적으로 활용해 민주주의 기본질서인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는 부당한 꼼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국회의원이라고 할지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형사 절차에서의 방어권 보장과 불구속 수사 원칙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윗선 수사동력 확보…송영길로 향하는 길목 열려

송 전 대표를 향한 검찰의 수사 방향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와 외곽 후원 조직(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을 통한 경선 자금 조달에 관여했는지, 그리고 윤 의원으로부터 300만원 돈 봉투를 받은 최대 20명의 현역 의원이 정확히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지난 3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거액을 살포한 행위로서 헌법이 강조하는 정당 활동의 민주성을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며 “돈 봉투 수수 의원 특정을 위한 마무리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입장에서는 핵심 피의자인 두 의원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비록 이 의원의 신병 확보에는 실패했으나 윤 의원을 구속 수사할 수 있게 되면서, 법조계에서는 의혹의 ‘정점’인 송 전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장 20일의 구속 기간 동안 윤 의원에 대한 집중 조사를 통해 돈 봉투 수수 의원들의 명단을 확정하고, 이후 ‘공여자 측 최대 수혜자’인 송 전 대표를 불러 공모 여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먹사연을 통한 불법 정치자금 기부 의혹도 마저 수사해나갈 방침이다. 지난달 27일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의 주거지 등 15곳을 압수수색해 약 2년 간의 회계 지출 자료 등을 확보했다. 현재는 당시 확보한 압수물들을 분석하고 관련자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었던 박용수씨는 이미 먹사연 관련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2020년 5~10월 사이에 컨설팅 업체 ‘얌전한고양이’에 의뢰한 경선 관련 여론조사 비용 9240만원을 먹사연이 대납하도록 하고, 먹사연에서 고유 사업을 위해 여론조사한 것처럼 허위 견적서를 작성해 범죄 수익 발생 원인을 가장한 혐의 등을 받는다. 그 외에도 작년 11월 먹사연 김모 사무국장에게 증거 인멸을 위해 하드디스크를 모두 교체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지난해 10월 이정근 전 부총장이 숨겨뒀던 휴대전화의 존재가 드러나자, 박씨가 송 전 대표의 당 대표 경선 과정으로 수사가 확대된다는 걸 미리 알고 증거를 없앴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돈 봉투 의혹의 최종 수혜자인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와 먹사연을 통한 불법 정치자금 기부 의혹에 지시·관여하거나 최소한 묵인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송 전 대표가 ‘비용 대납’으로 작성된 컨설팅 보고서를 보고 받았다고 박씨 공소장에 적시하기도 했다. 2020년 11월 진행된 ‘송영길 좌담회 결과 보고’에서 송 전 대표가 직접 전모 얌전한고양이 대표로부터 대면 보고를 받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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