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에 일본군 관여’…공문서 천7백여 점 공개

[앵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군이 관여를 했고 사죄와 반성의 뜻을 밝혀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이른바 '고노 담화'가 발표된 지 30주년이 됐습니다.

일본 정부는 교과서에서 관련 표현을 삭제하는 등 여전히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일본의 시민단체가 위안부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일본 정부의 문서를 대거 공개했습니다.

도쿄 지종익 특파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 6월. 일본 육군이 만든 기밀자료입니다.

상급장교와 헌병들이 부대 자금을 남용해 위안소를 설치했다며 주의를 주는 내용입니다.

일본 정부가 조선총독부에 보낸 문서에는 군위안소가 찻집이나 음식점과 마찬가지로 포화상태라고 언급됐습니다.

일본 시민단체와 연구자 등이 수십 년 동안 발굴해 온 위안부 관련 자료들만 따로 모아 온라인으로 공개했습니다.

홈페이지 제목은 '일본군의 조직적인 위안소 관리, 운영 기록'입니다.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전쟁 시기나 국가, 소장기관별로 분류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고교 교과서의 위안부 관련 내용에서 일본군 표현을 삭제하는 등 흔적을 지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개된 자료에는 일본군 관여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내용들이 담겼습니다.

[와타나베 미나/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 직원 : "공문서가 있다고 해도 일반인들이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공개한 자료는 3백 점에 불과하지만 시민단체가 고노 담화 30주년을 맞아 공개한 자료는 천 7백여 건에 이릅니다.

[고노 요헤이/고노 담화 발표 당시 관방장관/1993년 8월 : "(위안부로) 큰 고통을 겪게 하고, 몸과 마음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힙니다."]

시민단체가 공개한 자료들은 주로 일본 정부의 공문서인만큼 피해자의 목소리는 담겨 있지 않습니다.

시민단체는 이제 그들의 증언을 남기는 과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지종익입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고응용/그래픽:김정현/자료조사:조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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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종익 기자 (jigu@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