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시죠?”…쪽방상담소, 폭염 속 주민과의 동행 [인턴기자의 세상보기]
“잘 지내시죠?”라고 안부를 물으며 쪽방촌 주민과 익숙하게 인사를 나눈다. 이성민 영등포 쪽방상담소 실장은 매일 오전 10시면 이처럼 쪽방촌 주민을 찾아간다. 마주친 한 주민은 “네 잘 지내죠”며 반갑게 안부 인사를 한다. 오전임에도 30도를 넘는 뜨거운 날씨 탓에 윗옷을 벗은 채다. 인사를 건넨 주민은 현재 폐암 투병 중이다. 쪽방을 나서자 이성민 실장은 “저분께서는 폐암 투병 중이세요”며 “다행히 지금은 항암치료는 받지 않으셔도 된다고 하네요”고 애써 덤덤하게 말했다.
◆혹서기 매일 순찰에 ‘구슬땀’
쪽방촌은 특수한 지역사회다. 법률상 쪽방촌 주민은 지역사회 주민이 아닌 노숙인으로 분류된다. 김형옥 영등포 쪽방상담소 소장은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노숙인복직법)에 따르면 쪽방상담소는 노숙인 시설”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쪽방 주민은 노숙인에 속하는 특수한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쪽방상담소는 이들 주민이 상담을 신청하거나 사회복지사가 직접 주민을 찾아가 그들의 요구사항을 해결해주는 쪽방주민이용시설이다.
순찰에서 만난 주민들은 익숙한 듯 이 실장과 인사를 주고받았다. 여성이 거주하는 곳은 더 조심스럽게 방문하는 모습이다. 먼저 사회복지사가 노크하고 안부를 물으면 답을 듣는다. 한눈에 보기에도 거동이 어렵거나 지병을 앓고 있는 주민들이 많았다.
이 실장과 순찰 중에는 공용에어컨도 접할 수 있었다. 쪽방촌 곳곳에 설치된 복지 냉방 시설이다. 서울시 사업으로 한 층에 주민이 3인 이상 거주하면 설치할 수 있다. 지난해와 올해 영등포 쪽방촌에서만 총 12대 설치됐고, 상담소 복지사들이 관리한다. 아직 고장 난 적은 없지만, 주민이 상담소에 문의하면 상담소에서 직접 업체에 수리를 맡겨야한다. 서울시는 기업과 협약을 맺어 혹서기인 7~9월에 공용에어컨 전기요금을 지원한다. 그러나 취재 중 접한 공용에어컨은 꺼진 상태. 이 실장이 켜라고 권유해도 한 주민은 “전기세가 걱정된다”며 에어컨 가동을 꺼렸다.
이 실장은 “저희가 순찰하는 첫 번째 이유는 건물이 노후 돼 화재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며 “만약의 위험성과 주민의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매일 주민들을 만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두 번째 이유는 사회복지사로서 직접 주민을 만날 수 있어서”라며 “직원들이 매일 왔다가는 것을 주민이 인식하면 상담소에 직접 오기 힘든 분들의 힘든 점을 듣고 조치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폭염에도 주민들 칭찬에 다시 힘 얻어
기온이 33도까지 치솟은 오후 2시, 이번엔 신인숙 쪽방상담소 소속 간호사와 다시 쪽방촌으로 향했다. 신 간호사는 모든 주민을 만나며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순찰은 짧게는 1시간 30분, 길게는 2시간 넘게 걸린다. 주민의 아픈 곳이나 원래 앓고 있는 지병에 관한 건강 상태를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신 간호사는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곳은 많고 돈도 들지 않지 않지만, 혈당검사는 다르다”며 “병원에서는 당뇨병 환자만 혈당을 측정해주고 그 외에는 혈당검사를 무료로 받지 못해 주민들에게 혈당검사를 주로 해준다”고 전했다.
주민을 만난 신 간호사는 친근하게 식사 여부와 불편한 점을 물었다. 신 간호사에게 주민들은 연신 감사함을 전했다. 한 주민은 “걱정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선생님께서 걱정해주시니 제가 더 잘 관리해야 하는데…”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옆에서 본 신 간호사는 주민 말벗이기도 했다. 평소 혼자 살며 대화상대가 없는 주민들이 그를 만나면 오랫동안 대화를 이어갔다.
부부는 “간호사님이 여기저기 다니시면서 환자들을 잘 보살펴주신다”, “저희야 생활하는 곳이기 때문에 항상 여기에 있지만 간호사님은 일일이 집을 방문해 고생이다”, “누가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시겠냐”, “뜨거운 날씨에 아픈 분들에게 도움을 주셔서 항상 감사하다”며 신 간호사를 칭찬했다. 신 간호사는 “얼른 가야겠다”며 부끄러운 듯 미소를 보이며 집을 나섰다.
이동 중 신 간호사에게 일할 때 힘든 점과 가장 보람찬 순간에 대해 질문했다. “더울 때와 추울 때가 가장 힘들어요. 추위를 더 많이 타서 겨울이 제일 힘들어요. 그리고 아까 언니가 칭찬해준 것처럼 힘들 때 많은 위로를 받아요. 제가 잘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열심히 한다’, ‘잘한다’고 얘기해주는 주민들을 볼 때면 행복하고 다시 힘을 얻어요.”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활짝 웃는 그의 표정에서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글·사진=김지호 인턴기자 kimjaw@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