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주의역사저널] 동구릉 찾아가는 길
수목 울창… 풍수지리적으로 명당
건원릉이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으로 판명된 것은 태조 이후 이곳에 조선의 왕과 왕비의 무덤이 계속 조성된 것에서도 확인된다. 문종의 현릉(顯陵), 선조의 목릉(穆陵), 현종의 숭릉(崇陵), 영조의 원릉(元陵), 헌종의 경릉(景陵) 등 여섯 왕이 뒤를 이었고,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의 휘릉(徽陵)과 경종의 첫 번째 왕비인 단의왕후의 혜릉(惠陵) 등 두 명의 왕비가 왔다. 왕세자로 승하했지만 문조(文祖)로 추존된 효명세자의 무덤이 양주 용마산에서 건원릉으로 옮겨지면서, ‘동구릉’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다. 동구릉의 왕릉들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형태도 조금 다르고 흥미 있는 역사가 담겨 있다.
태조 사후 두 번째로 동구릉에 조성된 문종의 현릉(顯陵)에는 처음 문종의 무덤만 있었지만, 중종 때 왕비로 복권된 현덕왕후가 사후 72년 만에 남편 곁으로 돌아왔다. 영조의 원릉은 왕과 왕비의 무덤이 나란히 있는 쌍릉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영조의 옆자리를 차지한 왕비는 50년을 해로한 정성왕후가 아닌, 영조가 66세 때 혼인한 15세의 신부 정순왕후였다. 헌종의 무덤인 경릉은 무덤 곁에 두 왕비를 나란히 묻은 삼연릉(三連陵) 형식을 띠고 있다.
주변에 수목이 울창하게 조성되어 찾는 순간부터 마음의 여유를 주는 왕릉. 왕릉까지 가는 진입로도 숲길이고, 평온하게 왕릉으로 가는 길을 밟으면 잠시나마 여유를 얻을 수가 있다. 적당히 걸으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도 있는 동구릉에서 왕릉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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