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훈련부터 아동 특수교육까지…'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
아동부터 성인까지 생애 주기별 맞춤형 교육 제공
의사소통과 자립능력 향상 통해 사회 참여 도모
"시청각장애인들에게 '설리번' 선생님이 되어줄 공간"
"시청각장애인 약 1만 명…복지 사각지대 놓여"
[앵커]
우리 주변엔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동시에 안고 오로지 촉감에 의지해 살아가는 시청각장애인들이 있지만 별도의 장애 유형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왔는데요.
밀알복지재단이 최근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를 열고, 아동부터 성인까지 시청각장애인들의 생애주기별 맞춤 교육 제공에 나서 주목됩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시 강남구 수서동에 위치한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
다양한 가구와 가전제품들이 마치 모델하우스처럼 배치돼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제품마다 점자 스티커가 붙어있는 이 방은 시청각장애인들이 일상생활을 훈련할 수 있도록 실제 주거환경을 재현한 훈련 공간입니다.
[김주민 간사 / 헬렌켈러센터 시청각장애인학습지원센터]
"저희는 평범하게 하는 일상생활들도 시청각장애인분들께는 엄청 힘든 생활들이거든요. 그런 생활들을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이 하기 위해서 일생생활 훈련실이 있는 거고요. 계속 반복 연습을 하시고 익숙해지셔서 집에 가서도 저희가 방문해서 똑같이 하실 수 있도록 그대로 (점자 안내문을) 맞춤형으로 만들어 드리고 있습니다."
아동들을 위한 특수교육실도 있습니다.
부드러운 찰흙부터 딱딱한 장난감, 뾰족한 연필, 까칠까칠한 발판 등 다양한 촉감을 느끼고 연습해볼 수 있습니다.
시청각장애 아동들은 진단과 교육 시기를 놓쳐 후천적으로 지적장애나 자폐성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교육이 중요합니다.
[김선영 간사 /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
"시청각장애 아동은 촉각을 주된 학습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촉감 교육을 하는 이유는 최대한 많은 것들을 만져보면서 촉각 경험을 넓혀볼 수 있게 하는 거예요. 싫어해서 울기도 하고 안 하려고 거부도 하는데 그럴 때는 최대한 본인이 싫어하는 감각도, '이게 나한테 나쁘지 않은 거구나' 연습을 하는 거예요. 나중에는 인지 학습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한글이나 수 개념 같은 공부를 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이곳에선 점자 명함 만들기 등의 직업 교육을 통해 성인 시청각장애인들의 취업과 자립을 돕기도 합니다.
지난 2019년 '헬렌켈러 센터'를 설립해 시청각장애인들을 도와온 밀알복지재단은 서울시 지원으로 부설 기관인 학습지원센터를 마련해 보다 전문적인 교육 지원에 나설 수 있게 됐습니다.
시청각장애인의 장애특성에 맞는 다양한 학습 유형을 개발하고, 연령별 교육과 개별화된 맞춤 지원을 통해 장애인들의 사회 참여를 독려합니다.
또 시청각장애인 발굴과 자조모임 지원, 동료 활동가 양성, 촉수어·점자 교육 등 전방위적인 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정우석 센터장 /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
"잘 준비해서 시청각장애 아동들의 의사소통 발달에 이바지하고 싶고요. 성인 직업훈련을 시작해서 이 들이 취업을 해서 사회에 나갈 수 있게끔, 완전한 사회 통합이 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지방에 계신 분들은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가 없어요. 서울시 모델이 잘 돼서 전국에 이런 학습지원센터들이 많이 만들어져서 시청각장애인분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동료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는 시청각장애인 손창환 씨는 "학습지원센터를 통해 시청각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어둠 속에 살아가고 있는 시청각장애인들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습니다.
[손창환 동료상담사 /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
"시청각장애인들은 어두움 가운데 홀로 외롭게, 고독하게 있습니다. 시청각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한 이런 일상생활 훈련이 있다는 것이 참 안정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여러 가지 교육이나 지원들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우리 학습지원센터가 가족과 같은 친밀감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밀알복지재단은 "우리나라에 약 1만 명의 시청각장애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행법상 시청각장애는 별도의 장애 유형으로 인정받지 못해 적합한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실태조사와 지원기관 설치, 점자 단말기 지원, 입법 운동 등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정선택] [영상편집 서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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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오요셉 기자 alethei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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