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보다 경찰이 더 많아” 텅 빈 맥줏집·고깃집…‘불금’ 사라진 분당

이학준 기자 2023. 8. 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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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진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같은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무차별 살인 예고글까지 올라오면서 인근 지역 식당·술집을 찾는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

당장 지난 주와 비교해 매출이 절반 가까이 꺾이면서 상인들은 뾰족한 대책 없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범죄가 벌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곳 주변을 지나는 사람은 눈대중으로 세어볼 수 있을 정도로 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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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난동 벌어진 서현역, 인근 오리역 가보니
“대기손님 0명은 처음”, “예약 3팀 줄취소”
상인회 “동요하지 말고 생업에 매진하라”
상인들 “불안감 계속될 까봐 걱정”
“지난주 금요일에는 이 시간에 손님이 꽉 차 있었는데 오늘은 5명이 전부다. 오늘 하루로 살인 예고글 여파가 끝나야 할 텐데, 손님들이 계속 오지 않을 것 같아 걱정된다. 경찰 순찰도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살인 예고글을 쓴) 피의자가 아직 잡히지 않아 불안하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 인근 맥줏집 사장 안선영(46)씨
“ 현장에서 피 흘리는 사람, 소리 지르면서 도망치는 사람, 점포로 숨는 사람을 보게 돼 트라우마가 생겼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외출하는 걸 자제하는 분위기가 됐다. 나조차도 이렇게 무서운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이해가 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역 인근 카페 사장 문모(28)씨

서울 관악구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진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같은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무차별 살인 예고글까지 올라오면서 인근 지역 식당·술집을 찾는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 당장 지난 주와 비교해 매출이 절반 가까이 꺾이면서 상인들은 뾰족한 대책 없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퇴근 시간인 4일 오후 6시쯤 불특정 다수를 무차별 살해하겠다는 예고글에서 범행 장소로 언급된 오리역 인근에는 경찰관 십수명이 삼엄하게 순찰을 돌고 있었다. 범죄가 벌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곳 주변을 지나는 사람은 눈대중으로 세어볼 수 있을 정도로 한산했다. 경찰은 붉은색 외투를 입고 길을 걷던 20대 남성을 불러세워 흉기를 소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4일 오후 8시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 인근 술집. 한창 피크 타임이지만 손님이 2명밖에 없다./강정아 기자
4일 오후 9시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근처 술집. 서현역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으로 손님들 발길이 끊겼다./강정아 기자

고요함 속에 깃든 불안감은 오리역 인근 유흥가와 먹자골목까지 번졌다. 주요 유흥가로 손꼽히는 오리역 광장 주변은 주말을 앞둔 ‘불금’이지만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회식을 위해 식당을 찾는 직장인들은 찾아볼 수 없었고, 식당 인근 주차장은 텅 비었다.

상인들은 이날 하루 매출이 평소보다 절반 가량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평일에도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유명한 한 숯불닭갈비집 내부에는 손님 십수명이 전부였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손님들을 기다리며 하릴없이 주방 앞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점주 김모(49)씨는 “대기 손님이 없는 날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살인 예고글을 올린 게 확실히 여파가 있다. 손님들이 확실히 불안해하는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성모(51)씨도 텅 빈 점포를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벌써 예약 손님 3팀이 예약을 취소할 정도로 여파가 왔다”며 “오늘은 마음을 비웠다. 저녁 장사만 하는데, 이렇게 손님이 적었던 건 올해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상인들은 앞으로가 문제라고 했다. 오리역 상인회가 “동요하지 말고 생업에 매진하라”는 공지를 띄우는 등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시민들 사이에 퍼진 불안감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당분간 상권 침체는 계속되리라 전망하는 상인들이 많았다.

김옥진(55) 분당구상인연합회장은 “오늘이 지나더라도 며칠 동안은 불안할 것 같아 경찰에 피의자가 검거될 때까지 순찰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며 “상인들 입장에선 난감하다. 경찰·소방 등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4일 오후 9시 경기 성남시 서현역 AK플라자 5번 출구 앞 거리./강정아 기자
4일 오후 6시쯤 찾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역 인근 상권. 주말을 앞둔 금요일임에도 길을 지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전병수 기자

흉기난동이 벌어진 서현역 인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평소라면 저녁을 먹는 시민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들려야 했지만, 유흥가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고요했다. 50평 규모의 일본식 선술집에 손님은 4명이 전부였다. 이곳 아르바이트생 한종현(24)씨는 “원래 이 시간에는 손님들로 꽉 차야하는데, 거의 없어졌다”며 “손님이 없어 직원들도 그냥 서 있다”고 말했다. 인근 닭꼬치집은 포장 주문을 기다리는 손님 1명만 있었다. 점주 성모(34)씨는 “맥주 마시러 온 손님들이 없다”며 “평일보다도 절반 이상 줄었다”고 했다.

학원가가 밀집된 정자역 인근은 불안감이 더 컸다. 당장 학부모들이 모여있는 단체 대화방에서는 “아이들을 단속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학원가에서 만난 학부모 이모(49)씨는 “정자역은 오후 10시만 되면 차가 막혀 아이들을 데려오는 부모들이 많지 않은데, 이제는 다들 오려는 분위기다”며 “사건·사고가 너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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