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 속 빌런들… ‘악의 서사’를 논하다
“연민의 시선… 악인 합리화” 비판
“창작물까지 배제 지나치다” 반박
평론가 9인 악의 유형·방식 고찰
“악, 도처 존재… 보는 것이 아는 것”
악인의 서사/듀나 외 8명/돌고래/1만8000원
지난 3일 14명의 부상자를 낸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이 지난달 흉기로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신림역 사건’의 모방 범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림역 사건 피의자 조선(33)의 범행 동기가 보도되는 과정에서 그가 부모 없이 할머니 손에 자라며 소년원을 드나들고, 키가 작아 열등감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그러나 악인은 자신이 겪은 불행을 아무 상관없는 타인의 탓으로 전가하고 운 나쁘게 자신과 마주치거나 관계를 맺게 된 이들에게 분노와 가학 심리를 해소할 뿐이다. 어린 시절의 결핍과 학대 경험이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은 단순하고 편리한 해석에 불과하다.
역사적으로 가장 잔혹한 살인범들을 만나 면담한 범죄심리 전문가 로버트 레슬러는 “어린 시절의 정신적 충격이 아니라 비뚤어진 사고방식을 키우는 것이 문제였다. 살인범들은 어린 시절이나 사춘기부터 자기 마음속에서 수도 없이 보았던 것들을 실현하려고 살인을 저지른다”고 일갈했다.
책에서 9명이 저자는 악의 서사에 대한 공통된 논점이나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각자의 시각에서 통찰한다. ‘악의 서사=범죄의 합리화’라거나, 악인에게 목소리를 주지 말자는 결론으로 직행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듯하다. 김용언 편집장의 말처럼 “악은 도처에 존재하고, 보는 것이 아는 것이며 지식은 실천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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