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그루밍’…“초등생 피해 얘기 듣고 용기”

최민영,이호준 2023. 8. 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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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부터는 탈북 청소년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A목사 관련 단독 보도, 이어갑니다.

어제(3일) 전해드렸듯 탈북 청소년인 피해자들은 오랜 시간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습니다.

A 목사의 지위에 심리적 지배, 이른바 '그루밍' 상태에 놓여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최근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 동생들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얘기를 듣고, 용기를 냈다고 했습니다.

최민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A 목사의 성추행은 최소 2018년부터 시작된 걸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5년이라는 기간, 피해자들은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을 스스로 외면하려고 했습니다.

[E 양/음성변조 : "우리를 좋아해서 그랬나봐. 목사님 몰라서 그러나봐, 이해하고, 그냥 바로 잊어버렸어요."]

[D 양/음성변조 : "저한테 그랬던건 그냥 실수고 그냥 예뻐서 (한숨) 그냥 그런가보다…"]

부적절한 접촉을 목격한 피해자의 어머니조차도 항의하지 못했습니다.

[E 양 어머니/음성변조 : "애 어깨를 이렇게 주물럭 하는 걸 제가 몇번을 봤거든요. 저 자체도 (항의를) 못했어요. (딸이) 엄마 학교 오면 아무말도 하지마, 나 목사님 눈밖에 나면 안돼."]

A 목사는 탈북 여성이 성폭력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걸 잘 아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구했다는 탈북민 중에는 중국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도 있었습니다.

[이현숙/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장 : "경제적으로나 여러가지 취약하기도 하고, 이런 성희롱이나 성폭력 예방교육이나 이런걸 받았을 가능성도 없고. 오로지 (교장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든지."]

묵묵히 참아왔던 피해자들은 최근 10살 남짓한 동생들까지 피해를 입었단 사실을 알고 목사를 고소하기로 결심했습니다.

[D 양/음성변조 : "저는 ○○까지 그런다는 말에 너무나 충격받고, 그러면 계속 이대로 있으면 더 심하게 애들이 그렇게 당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피해자 조사를 마친 경찰은 A 목사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입니다.

KBS 뉴스 최민영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이호준 기자와 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어떻게 해서 이번 취재가 이뤄졌는지, 간단히 설명부터 해주실까요?

[기자]

네, 대안학교 관련 행사에 지원하러 갔던 한 자원봉사자를 통해서 피해자들과 연결이 됐습니다.

피해자들은 이미 변호사를 통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였고요.

길게는 5년 동안 문제 삼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지만, 앞서 전해드린대로 어린 동생들의 피해 얘기를 전해 듣고, 움직이기로 한 겁니다.

[앵커]

A 목사에 대해선 '아시아의 쉰들러'로 외신에 여러 차례 소개됐다고 전해드렸는데요.

어떤 사람입니까?

[기자]

1999년부터 25년 가까이 북한 주민의 탈북과 정착을 도왔고, 그 숫자가 천명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보도에서도 잠깐 언급했는데요.

특히 해외에서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의 성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 외신에 많이 소개됐습니다.

A 목사의 이런 명성도 위압적으로 느껴졌을 가능성, 있습니다.

[앵커]

A 목사가 탈북 여성들의 성 인권 문제를 제기했었다고요.

탈북 청소년이야말로 성 인권 문제에 있어서 약자 중의 약자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북한 이탈 여성 중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76%가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는 여성가족부 조사도 있는데요.

피해자들은 특히 청소년이고, 부모와 살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었다는 게 공통점입니다.

탈북 과정 등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신 경우도 있었고요.

아이들이 이곳을 벗어나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겁니다.

현재 목사가 출국금지까지 됐지만, 아직 기숙사에 남아있는 미성년자도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경찰 수사는 지금 어디까지 와있습니까?

[기자]

지난주 압수수색에서 CCTV 자료 등을 확보한 후에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고요.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도 조심스럽게 확인 중인 걸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고소인들이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해, A 목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조사할 방침입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서원철 최석규 하정현/영상편집:김종선/그래픽:임홍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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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영 기자 (mymy@kbs.co.kr)

이호준 기자 (hojoon.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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