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하고 안전한, 지역 사회의 심장 ‘도서관’[토요일의 문장]
이영경 기자 2023. 8. 4. 21:30
이것이 사서의 진정한 역할임을 나는 다시금 깨닫는다. 그렇다, 우리는 책을 정리하고 듀이 십진분류법의 숫자를 설명하고 컴퓨터를 닦고 문서를 인쇄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모든 일이 하나로 수렴된다. 이곳을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계속 유지하는 것.
비록 이렇게 축소된 상태일망정, 도서관은 모든 사람에게 최우선으로 제일 요긴한 곳이다. 여기는 평등을 위한 장치이자 안전한 공간이며 지역사회의 심장이다.
앨리 모건 <사서 일기>(문학동네) 중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리던 저자가 삶을 끝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 도서관 사서 채용에 합격했다는 전화 한 통이 그를 살린다. 자살계획을 미룬 채 출근하지만, 그곳은 괴괴하고 우울한 곳이었다. 도서관 방문객은 크게 세 부류였다. 어린이책을 자녀에게 사줄 형편이 안 되는 젊은 부모들, 추리소설을 들어오는 족족 읽어치우는 어르신들, 달리 갈 곳이 없는 이들. 냉난방을 할 여유가 없거나, 구직활동에 필요한 컴퓨터가 없는 취약계층이 대부분이었다.
도서관은 이용자 수와 수입 저조로 폐관 위기에 처하고, 저자는 ‘도서관 수호대’를 결성해 도서관을 살리는 프로젝트에 뛰어든다. 도서관의 가치는 서가 위나 책 속에만 있지 않다. 도서관이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역할, 사회적 안전망의 역할도 한다는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한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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