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의 이야기를 쓰는 건 악일까[책과 삶]
악인의 서사
듀나·박혜진 외 지음
돌고래 | 320쪽 | 1만8000원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말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주로 성범죄자, 살인자 같은 극악한 범죄자의 개인사를 상세히 보도해 그들에게 연민을 갖게 하는 언론 보도를 비판하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그렇다면 <맥베스>의 맥베스 부부,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 <해리 포터> 시리즈의 볼드모트 같은 ‘악인의 서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악인의 서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빠르고 짤막하며 맥락 잃은 논쟁 속에 오해되곤 하는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명제를 탐구한 책이다. 9명의 필자가 트위터의 140자를 넘어, 그 100배에 해당하는 1만4000자 분량의 글을 썼다.
작가 듀나는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주장을 부정하지 않되, 조금 더 세밀하게 다루는 쪽이다. 이야기꾼은 “자신이 택한 소재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악인에게 공감하고 그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예를 들어 빅토르 위고는 <레 미제라블>의 악당 테나르디에 부부를 평면적인 악당으로 그렸지만, 그들의 아이들은 애정을 담아 묘사했다.
영화평론가 강덕구는 “사악한 가치를 규명함으로써 올바름을 추구할 수 있다”고 본다. 선악의 양극단으로 쏠리는 도덕적 스펙트럼을 경계한다. 그는 앤서니 만, 샘 페킨파의 서부극 속 다양한 악당의 모습을 묘사하며 “악인의 이야기는 악행을 납득할 수 있게 하기보다 ‘악’이 놓인 판단 기준과 그것의 분류 체계를 성찰하게 한다”고 본다. 즉 그는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주장이 “우리 스스로를 탐구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도구”를 내다버리게 한다고 판단한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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