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 번째 재판…법원 밖선 ‘대선 앙금’ 표출
대선 방해 4건 기소…“무죄” 주장
지지자 “바이든도 수사해야 공평”
처벌 요구하는 시위대와 충돌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연방 지방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에서 목실라 우파드햐야 치안판사가 기소된 혐의 4건과 관련 유죄를 인정하느냐고 묻자 “무죄”라고 답했다. 2021년 1·6 의사당 폭동 사태를 수사해온 연방 특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패배한 대선 결과에 불복해 미국을 속이고 의회의 선거 인증 절차를 방해하는 등의 범죄 4건을 저질렀다며 지난 1일 기소했다.
넉 달 사이 세 번째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법원은 연방의회 의사당과 도보로 불과 10여분 거리에 있다. 법원 주변 풍경은 지난 4월과 6월 뉴욕과 마이애미에서 각각 진행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인부절차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인 인파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트럼프 찬성과 반대로 나뉜 미국인들 사이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미국 민주주의에 ‘사망선고’를 내렸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1·6 사태의 앙금은 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기소됐을 당시 뉴욕에서 지지 시위를 벌였던 디온을 워싱턴에서 다시 마주쳤다. 그는 기자에게 “의사당은 폭동이 아니라 ‘투어’였고, 트럼프에 대한 기소야말로 폭동”이라며 “지금 미국에는 두 개의 사법 시스템이 존재한다. 바이든에 대해서는 왜 제대로 수사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트럼프의 선거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빨간색 모자를 쓴 대니얼은 “선거 부정 주장은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기소 축하 투어’라는 푯말을 내걸고 스피커로 음악을 내보내던 나딘은 “선거 결과를 수용하고 권력을 평화롭게 이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트럼프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투어는 (조지아주 주도인) 애틀랜타에서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웃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조지아주 개표 결과에 개입하려 한 의혹으로 조만간 네 번째로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에 대한 기소 등 처벌을 지지하는 시민들도 사법 절차가 끝이 아닐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행보가 계속되는 한 차기 대선에서도 유사한 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뉴욕에서 여행을 왔다가 중학생 아들과 함께 들른 제프는 “이번 기소는 민주주의 회복에 한 걸음 다가간 것이지만 우파는 분명 이를 정치적 이점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다음 대선에서도 폭동 등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출석을 마치고 다시 뉴저지주 배드민스터의 자기 소유 골프 리조트로 돌아갔다. 그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은) 미국에 매우 슬픈 날”이라며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으면, 박해하거나 기소하는 일이 미국에서 다시 벌어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승인하면서 증인 접촉 제한 등 조건을 내걸었다. 1·6 사태 가담자들에 철퇴를 가해 온 타냐 처칸 판사가 주재할 첫 심리는 오는 28일에 열릴 예정이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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