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감서도 “폭염·폭우” 경고…정부의 준비는 안일했다

김세훈·고귀한·김창효 기자 2023. 8. 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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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서 해충 등 지적…김현숙 여가부 장관 “대책 다 세워놨다” 답변
대회 한 달 전엔 전북 시민사회서 “배수 등 플랜B 고려해야” 주장도
7년 전 유치 때부터 ‘고온’ 예측…나무 심기 시도, 땅 염분 높아 실패

전북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부실 준비’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잼버리의 준비 미흡이 지적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7년 전 내놓은 잼버리 타당성조사 보고서에서도 ‘폭염’을 경고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대회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2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잼버리 준비 상태를 좀 더 디테일하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부처의 장관과 책임자가 혼선이 있는 조건에서 이 행사가 제대로 되겠나”라고 물었다. 당시 여가부 폐지 논란으로 대회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김 장관은 “물론이다. 차질 없이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이다.

지난해 8월2~12일 열릴 예정이었던 프레잼버리(잼버리 사전준비대회)가 취소된 이유에 대해서도 공방이 오갔다. 김 장관이 “(취소 이유는) 코로나가 심각했기 때문”이라고 하자 이 의원은 “그건 표면적 이유다. PPT를 보면 지난 8월 첫째주, 둘째주에 잼버리대회 예정 부지에 장마가 와서 배수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인데 보고 안 받으셨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세계적인 대회라 관광객들도 많이 올 텐데 관광객 편의시설 대책, 영내·외 프로그램을 점검해야 된다”면서 “8월 기준 기반시설 공정률 37%다.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전 세계에서 바라보고 있는 대회가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으니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했다. 김 장관은 “저희가 태풍·폭염에 대한 대책 다 세워놓아서 의원님께 보고드리겠다”고 했다.

대회 개최 한 달 전에도 시민사회에서 “폭염·폭우 대책이 미흡해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6월29일 전북CBS 라디오방송 <전북의 오늘>에 출연해 “폭염과 관련해 조직위에서는 넝쿨 그늘을 2배로 늘리겠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면서 “충분한 의료인력이 모집돼야 하는데 2019년 미국에서 진행된 잼버리와 비교했을 때 기후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개최함에도 의료 수요를 소극적으로 책정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또 “안전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만큼,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대체 부지 마련 등 ‘플랜B’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2016년 7월 작성된 잼버리 타당성조사 보고서에서도 잼버리 개최 시기인 올해 8월 ‘최고 36도에 달하는 고온이 지속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이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이 4일 확보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유치 결과보고서’를 보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전북도 의뢰로 잼버리 타당성조사 결과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폭염으로 수많은 환자가 발생한 2015년 일본 야마구치 잼버리 사례를 들어 그늘 등 휴식장소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아울러 비가 오거나 물이 찰 가능성을 대비해 충분한 배수시설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북도는 당시 개최지로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새만금에 ‘풍성한 숲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간척지에서 잘 자라는 나무를 잼버리 야영장 곳곳에 심기로 했으며 넝쿨식물로 된 그늘을 최대한 많이 만들기로 했다. 또 우기에 배수가 잘될 수 있도록 토질을 개선하고 배수로 시설 설비를 확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새만금 야영장 모습은 보고서 내용과 전혀 딴판이다. 풍성한 숲 공간 대신 참가자들은 나무 한 그루 없는 간척지 벌판에 방치된 채 버티고 있다. 군데군데 물이 고여 벌레까지 들끓고 있다.

현재의 사태는 전북도와 조직위가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2022년 행사장 주변에 나무 심기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도 관계자는 “잼버리 부지에 1년에 2m씩 자라는 미루나무를 심으려고 했으나 염분 농도가 높아 심을 수 없었다”며 “넝쿨터널 등 보완시설을 추가해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보고서에 나온 대책들을 왜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는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접촉한 전북도와 조직위 관계자 10여명은 “담당이 아니라 내용을 잘 모른다” “다른 부서(조직)에 문의해달라” 등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김세훈·고귀한 기자·김창효 선임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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