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예고’ 역에 몰린 철없는 10대들 “셀카 찍어 달라” [현장, 그곳&]
“저희도 시민인데, 왜 내쫓아요?”
4일 오후 8시께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 역사. ‘살인 예고’ 시간인 오후 6시를 기해 경찰이 본격적인 경계태세에 돌입한 가운데 구경꾼들이 줄을 이으면서 다소 부산스런 상황이다.
특히 10대 3~6명 정도로 구성된 일부 무리들이 역사 이곳저곳을 누비는 등 소란을 피우는 상황도 적잖게 발생 중이다.
이에 순찰을 돌던 경찰이 “이곳은 위험하니 나가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하고 있으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무시하며 서로 사진을 촬영하는 등 장난치기 바쁜 모습이다. 그 중 한 무리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퇴장하는 듯 했으나 금세 다시 돌아와 미리 챙겨온 간식을 섭취하는 행동까지 보였다.
심지어 경찰을 향해 “같이 셀카 찍어주면 안 되냐”, “저희도 시민이다” 등의 조롱 섞인 말을 내뱉는 일부 10대들도 목격됐다. 이들 중 일부는 아직 역사 한편에 자리를 잡은 뒤 각자 휴대전화를 붙잡고 대기하고 있다. 여기에 뒤늦게 도착한 10대들까지 가세해 소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한땐 7번 출구 에스컬레이터 쪽에서 연속적으로 큰 소음이 나면서 경찰이 한 데 몰리기도 했으나 지하철 이용객이 쓰레기통을 떨어뜨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단락됐다.
비슷한 시간 서현역. 발길을 재촉하는 시민들과 달리 흉기난동 예고를 보기 위해 서현역을 찾는 시민들도 있었다. 전날 흉기난동이 발생한 AK플라자에는 한 남성이 야구방망이를 들고 돌아다니며 큰소리를 내기도 했다. 또 일부 청소년들은 이 같은 상황을 즐기는 듯 쇼핑몰 안을 뛰어 다니거나 사고 현장을 여러 번 배회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경찰 관계자는 “지금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인 만큼 국민 모두가 조심해야 한다”며 “시민께선 가급적 해당 역을 우회해 달라”고 전했다.
전날 불거진 오리역 살인 예고 시간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현재(오후 9시 기준)까진 별 다른 특이사항은 없다. 시간이 특정되지 않았던 서현역 흉기난동 예고 역시 같은 상황이다.
경찰은 전날 저녁부터 오리역과 서현역 일대에 경찰특공대 전술팀과 기동대, 순찰차 등 각각 35명씩 모두 70명의 경력을 배치하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 3일 서현AK플라자 백화점에서 피의자 최모씨(23)가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여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후 경기남부 일대에서 살인을 하겠다는 온라인 게시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와 경찰이 수사 중이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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