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이름을 건 행사” 이유로…잼버리 끝까지 강행
정부, ‘준비 부족’ 국제적 비난 의식
쿨링 텐트·버스·얼음물 등 지원
각국 대사관 우려엔 “긴밀히 소통”
시민사회 “무모한 일” 중단 촉구
전북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가 임시 국무회의를 통해 예비비 69억원을 편성하고 폭염·의료 대책을 추가로 내놓았다.
정부는 예산을 추가 확보한 만큼 오는 12일 폐영까지 행사를 강행할 계획이다. 대회 중단 시 ‘준비 부족에 따른 국제적 망신’이라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4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폭염에 따른 온열환자 발생을 예방할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추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날 0시 기준 대회 참가 인원은 총 155개국, 3만9304명이다. 이 장관은 “전날 내원자 수는 총 1486명이며 이 중 ‘벌레물림’이 383명으로 약 26.1%를 차지하고 피부발진이 250명(17.1%), 온열 증상자가 138명(9.4%)”이라고 말했다.
대회장에서는 코로나19 환자도 발생해 대회 개막 후 지난 3일까지 28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북도에 따르면 국내 환자 5명은 귀가 조치했고, 외국인 환자 23명은 전북 김제 국립청소년농생명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지난 3일까지 잼버리 참가 지도자와 대원 등 2명이 개인적 사유로 퇴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야영장에 스카우트 대원을 보낸 학부모 사이에서는 퇴소 인원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는 군의 협조를 받아 그늘막을 추가 설치하고, 냉수를 탑재한 냉장·냉동차 10대와 냉동생수(1인당 1일 5병)를 보급한다. 참가자 전원에게 쿨링 마스크, 모자, 자외선차단제, 아이스팩 및 얼음, 염분알약(64만5000정) 등 개인용 폭염대비 물품도 지급한다. 냉방시설·침상을 갖춘 휴식용 버스 5대, 에어컨을 가동하는 쿨링 버스 130대도 배치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날 의사 23명, 5일 의사 14명을 추가 배치해 의료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잼버리클리닉이 폭염 대피소 역할을 하도록 냉방기 11대 및 발전기 10대를 추가 설치했다.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는 곳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경우 기상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김 장관은 “이번 세계잼버리에 대해 여러 대사관 측에서도 우려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려사항에 대해서는 말씀드린 것처럼 조치했거나 계속 조치할 예정이고, 주한외교단과는 외교부와 협력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에선 정부가 대회 중단이나 축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가톨릭기후행동, 금속노조 전북지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전북녹색연합 등은 지난 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참가자들의 정신력을 운운하며 극한의 폭염 속에 잼버리를 강행하는 것은 무모하고 무책임한 일”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대회 중단이나 기간 축소 등을 고려하진 않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대한민국 이름을 걸고 하는 행사”라며 “여러 가지 제기되는 문제를 개선하면서 행사를 차질 없이 안전하게 잘 치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회 중단을 검토하지 않는 것은 중단 시 준비 미흡으로 국제행사를 끝까지 치러내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지환·유설희 기자·김창효 선임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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