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지나가는 ‘바람’일까…계속, 몰려오는 ‘열풍’일까
기록적 폭염·폭우에도 ‘구름 관중’
쿠팡플레이 시리즈 기대 이상 흥행
구단 몸값 오르며 티켓가격도 껑충
스타·팀 ‘반짝효과’인지 지켜봐야
10월 베트남과 A매치 시금석 전망
“지금 같아선 웬만한 팀을 데려와도 흥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예요.”
최근 국내 축구 열기를 바라보는 한 프로모터의 말이다. 프랑스 명가 파리 생제르맹(PSG)과 전북 현대의 지난 3일 친선경기를 끝으로 ‘한여름 축구쇼’가 막을 내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가 기획한 ‘쿠팡플레이 시리즈’ 이벤트가 연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잉글랜드)과 세비야를 초청해 재미를 본 쿠팡플레이는 올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PSG 등 유럽 빅클럽을 초대해 이벤트 경기를 치렀다. 한낮에 34도까지 치솟는 폭염이나 갑작스러운 폭우라는 악조건에도 매 경기 구름관중을 몰고 다녔다.
이전에는 손흥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PSG) 등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태극전사들이 뛰는 A매치를 중심으로 관심이 뜨거웠지만, 지난해 토트넘 방문을 기점으로 유명 클럽들의 방문경기로 쏠리는 열기도 대단하다. 해외 팀들의 방한을 추진하는 시도 자체가 늘었다. 지난 6~7월 5개팀(나폴리·울버햄프턴·레알 마요르카·셀틱·AS로마)의 방한을 추진했던 투어가 최종 성사됐다면 올여름 유럽팀들의 국내 친선경기만 최대 8경기가 열릴 뻔했다.
티켓 가격도 덩달아 크게 올랐지만 흥행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해 6월 브라질과의 A매치에서 책정했던 티켓 가격(최고가 기준 35만원)은 이제 평범한 금액이 됐다.
2023 쿠팡플레이 시리즈 티켓 가격은 최고가를 기준으로 40만~60만원을 형성했다. 점점 높아지는 가격 때문인지 1~2차전이 티켓 오픈 첫날 매진된 것과 달리 PSG와의 3차전은 경기장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그렇지만 평일 오후 5시 경기임에도 만석에서 1만명 남짓 부족한 4만3520명이 입장했다.
붙붙은 축구 열기의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흥행에 한국을 방문하는 구단들의 몸값이 크게 올랐다. 김민재의 전 소속팀인 나폴리(이탈리아)를 초청하려던 컨소시엄 측에서 2경기를 치르는 대가로 600만유로(약 86억원)를 약속했다. 이는 지난해 토트넘에 지급된 것보다 높은 금액으로 알려졌다.
쿠팡플레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올해 구단들과의 협상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쿠팡플레이가 TV중계권과 광고를 판매하지 않는 탓에 아직 적자폭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 2년간 쿠팡플레이 시리즈로 월간 실사용자가 401만명에서 519만명으로 크게 늘어나는 효과를 누렸다.
축구계도 놀라는 현재 축구 열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현장에선 오는 10월 한국축구대표팀과 베트남의 A매치가 일종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이 나서는 대표팀을 보기 위해 팬들이 지갑을 열 것인지, 아니면 상대의 면면에 따라 다른 분위기가 연출될지 관심사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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