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절감한 여자축구…더 절박해진 ‘벨’
4년간 노력에도 월드컵 졸전 마감
리더십 물음표 남기며 위기 직면
9월 아시안게임 세대교체 나설 듯
콜린 벨 감독(62·사진)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4년간의 노력에도 세계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은 지난 3일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독일과 1-1로 비기며 두 대회 연속 탈락이라는 아픔을 맛봤다. 불과 1년 전 인도 아시안컵에서 아깝게 우승컵을 놓쳤지만, 이번 실패로 ‘현타(현실 자각 타임)’와 마주했다.
16강 진출의 고비였던 조별리그 1차전 콜롬비아(0-2 패)전에서 연이은 실수가 실점으로 연결되면서 첫 스텝부터 꼬이고 말았다. 대회 전체를 뜯어보면 한국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의 한계도 드러냈다. 벨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지옥 훈련’이라 표현되는 고강도 훈련을 소화했다. 역대 최고 성적인 16강 이상을 목표로 잡은 대표팀은 체격적인 조건에서 열세를 강한 몸싸움과 압박, 스피드, 빠른 회복력 등을 통해 극복하려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오히려 몸싸움, 경합에서 밀리면서 계획대로 경기를 풀어내지 못했다.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우리 공격수들이 상대 수비를 따돌리지 못하니 슈팅 기회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상황이 많았다. 한국이 패한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위 밖이었지만 운동 능력에서 차이가 컸다. 잉글랜드 여자 슈퍼리그 출신의 지소연(수원FC)은 콜롬비아와 모로코에 잇달아 패배한 뒤 “50 대 50 (경합) 싸움에서 자꾸 졌다”고 분석했다.
벨 감독의 리더십도 물음표를 남겼다. 준비한 과정을 평가받는 월드컵에서 2연패한 뒤 벨 감독은 “강도 높은 경기를 치르며 빠른 속도를 보여주지 못하면 현대축구에서 기회를 얻을 수 없다”는 대표팀 전면 개혁의 필요성만 주장하며 책임을 피하려는 듯한 발언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대표팀은 곧바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비에 돌입한다. 내년 파리올림픽까지 대표팀과 계약된 벨 감독은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월드컵을 치르면서 유망주 육성 필요성을 역설했던 그는 평균 연령 29세의 기존 선수들을 중용하는 대신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연소 월드컵 출전 선수인 케이시 유진 페어(PDA)를 비롯해 2002년생 공격수 천가람(화천 KSPO) 등이 주축으로 올라설 수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한국을 비롯해 17개국이 출전해 금메달을 다툰다. 한국은 홍콩과 필리핀, 미얀마와 함께 E조에서 조별리그를 치르며 다시 한번 역대 최고 성적에 도전하게 된다.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은 2010년 광저우 대회와 2014년 인천 대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의 동메달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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