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 예고 지도’까지 공유한다... 커지는 흉기테러 공포
전문가 “살인예비죄 적용해야”
“칼부림 예고 지도 보니 안전한 곳이 없네. 불금, 주말 외출은 글렀다.” “퇴근하는데 회사 측에서 칼부림 예고 리스트를 보내고 조심하라고 하더군요.”(X 이용자)
신림역 인근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진 지 2주 만인 지난 3일 서현역 인근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온라인에 ‘칼부림 테러’를 예고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와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경찰은 게시자 검거에 나섰는데, 우려와 불안에 떠는 시민들은 X(옛 트위터)를 중심으로 ‘칼부림 예고 리스트’ ‘칼부림 예고 지도’ 등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4일 오후 7시 X(옛 트위터)에는 트렌드 검색어로 ‘칼부림 예고’가 가장 상단에 올라와있다. 관련 포스트는 7만건이 넘는다. 관련 포스트는 대부분 흉기 범행이 예고된 장소와 시간을 공유하는 글이었다.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몇 차례 올라왔던 범행 예고글은 전날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로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소셜 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 등 예고글이 올라오는 곳도 다양해서, 네티즌들이 장소와 시간을 정리해 ‘칼부림 예고 리스트’를 만들어 정보 공유에 나선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전날 오후 6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유사한 범행을 암시하는 살인 예고 글은 전국에서 확인된 것만 최소 10여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역, 잠실역, 왕십리역, 이대역, 혜화역, 여의도 등 서울의 인파가 많이 모이는 번화가가 범행 예고 장소로 주로 언급됐고, 분당 서현역·오리역, 부산 서면역이나 일산 킨텍스 등도 있었다. 일산 킨텍스의 경우 주말 ‘서울코믹월드’ 행사가 예정돼있는데, 주최 측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한때 X에서는 이 리스트를 공유하는 계정까지 등장했다. 이 계정은 X로부터 ‘운영 원칙 위반’으로 일시 정지당한 상태다. 칼부림 예고 장소를 표시한 지도도 만들어져 확산됐다.
일부 회사나 학교에서는 이 리스트를 직원과 학생들에게 보내거나 주말동안 외출 자제를 부탁하기도 했다. 한 X이용자는 “이대역에 경찰이 있다. 칼부림 예고 때문인 것 같다”며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문자도 보냈다“고 했다. 이화여대 측이 학생에 보낸 문자에는 ‘오늘밤 11시 이대역 흉기난동 예고글이 게재되었습니다. 학교는 이를 인지하고 서대문경찰서에 협조를 요청해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가급적 이대역 인근 방문을 자제해 주십시오’라고 적혀있다.
◇전문가 “살인예고글, 살인예비죄 적용 고려해야”
경찰은 전날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살인이나 범행을 예고하는 온라인 게시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자 게시자를 추적하고 범행 예고지에 인력을 배치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일부 게시자를 검거한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는데 주로 20대 남성이었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이날 온라인에 “모란역 오늘 7시 2명 죽이겠습니다”라는 게시글을 올린 20대 초반 남성을 검거했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날 오전 1시 57분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 갤러리에 ‘내일 모레 의정부역 기대해라 XX야’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20대 남성을 붙잡았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이날 ‘오늘 16시 왕십리역 다 죽여버린다”라며 “더 이상 살고 싶지가 않음.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을 거임’이라는 협박 글을 온라인에 올린 혐의로 20대 남성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오전 1시쯤 국내 유명 인터넷 사이트 커뮤니티 게시판에 ‘5일 5시 흉기 들고 서면역에 다 쑤시러 간다’는 글이 올라와 수사 중이다. 경북경찰청은 이날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대구대학교 게시판에 칼부림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와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 경기 용인서부경찰서는 이날 오후 1시 10분쯤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갤러리에 “오늘 20시 성복역에서 사람 죽인다”는 제목의 게시물이 발견돼 수사 중이다.
경찰은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신고를 통해 살인예고 글을 적발하고 게시자들에 대해서는 협박죄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협박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분간은 살인 예고글을 올린 사람들에 대해 살인예비죄를 적용하는 것, 아주 엄격하게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구체적으로 흉기 사진도 올리는 것은 살인을 예비하는 것”이라며 “징역형의 엄벌에 처하는 것이 제도적 차원에서 추가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 교수가 언급한 살인예비죄는 형법 제255조에 해당한다. 이에 따르면 제250조(살인, 존속살해)와 제253조(위계 등에 의한 촉탁살인 등)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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