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능 영향 미치는 건 조산이 아니라 저체중”
유진호·김환수 교수 연구팀 분석
출생 시 저체중인 소아 천식 환자
정상·과체중보다 폐기능 떨어져
조산 여부는 지표에 큰 차이 없어
태어날 때의 몸무게가 향후 성장 과정에서 폐기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조산 여부는 폐기능 발달과 큰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소아 천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출생 시 몸무게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천식아토피센터 유진호 교수와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환수 교수 연구팀은 출생 전까지 자궁에 있었던 기간(재태기간)이 동일한 소아 천식 환자 중 출생 시 몸무게가 하위 10% 미만인 환자들의 폐기능 지표가 다른 환자들보다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연구진은 국내 19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5~15세 천식 환자 566명을 대상으로 조산 여부 및 출생 시 몸무게와 현재 폐기능 간 상관관계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호흡기학’(Respirology)에 게재했다.
연구 결과 현재 폐기능은 출생 시 몸무게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같은 재태기간으로 태어난 아기 중 몸무게가 하위 10%에 해당하는 이들을 ‘저체중’으로, 상위 10% 아기들은 ‘과체중’, 나머지 80%는 ‘정상 체중’으로 분류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의 현재 폐기능은 ‘1초당 강제 호기량(FEV1)’과 ‘노력성 폐활량(FVC)’ 등으로 분석했다.
강제 호기량은 강제로 내쉴 수 있는 공기의 양이고, 노력성 폐활량은 숨을 최대한 들이마신 상태에서 최대한 내뱉을 수 있는 공기 양이다.
과체중 출생 환자는 1초당 강제 호기량이 정상 대비 평균 94.6%로 가장 높았다. 정상 체중 출생 환자는 평균 90.9%, 저체중 출생 환자는 평균 86.4%로 출생 시 몸무게가 낮을수록 폐기능이 크게 떨어졌다. 노력성 폐활량 역시 과체중 출생 환자는 정상 대비 평균 101.8%였고, 정상 체중 출생 환자는 평균 97.2%, 저체중 출생 환자는 평균 94.3%로 차이를 보였다.
반면 37주 미만에 태어나는 조산은 폐기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566명 중 재태기간이 37주도 안 돼 태어난 미숙아는 57명, 정상 임신 주수로 태어난 환자는 509명이었다.
미숙아 집단과 일반 집단의 1초당 강제 호기량은 각각 정상 대비 평균 92.2%, 92.3%로 나왔다. 노력성 폐활량은 정상 대비 평균 99.8%, 97.8%로 나타나는 등 폐기능 지표에서 조산 여부에 따른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폐기능은 출생 시점부터 발달과 성장 과정을 거쳐 높아지며, 20대 초반 정점을 지나 지속해서 서서히 떨어지는 곡선을 그린다. 소아 천식 환자는 성인기에 폐기능이 환자가 아닌 경우의 최대치에 도달하지 못하고, 노화 과정에서 폐기능이 환자가 아닌 사람보다 더 크게 떨어질 위험이 있다.
소아 천식 환자 중에서도 폐기능이 낮을수록 천식 악화 위험이 더 커질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어 만성폐쇄성 폐질환(COPD) 등 다른 폐질환 발생 위험까지 커진다.
유진호 교수는 “출생 시 혹은 매우 어릴 때 폐기능 발달 정도가 소아 천식 발생과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폐기능이 좋지 않을수록 천식 악화 위험이 커진다”며 “현재로선 발달적으로 폐기능이 낮은 환자들의 폐기능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 없어, 소아 천식 환자 중에서도 저체중으로 태어난 환자들의 양육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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