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있는 아이, 자외선 막는다고 선글라스 씌웠다가는···

김태훈 기자 2023. 8. 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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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0세 이하, 적정 자외선 무해
약시 있다면 되레 시력에 부작용
장시간 야외활동 때 일시적 권장
한 어린이가 햇빛을 피하기 위해 야외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초등학생 딸을 둔 주부 김모씨(39)는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여름이면 딸에게 선글라스를 씌워야 할지 고민이 많다. 아이가 날 때부터 눈이 약한 편이라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선글라스를 오래 착용해도 눈 건강에 좋지 않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어 쉽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가족 단위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일선 안과병원 의료진에게 어린아이에게 선글라스를 쓰게 하는 것이 맞는지 문의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김대희 김안과병원 사시소아안과센터 전문의는 “강한 자외선은 눈 건강을 해칠 수 있지만 만 10세 이하 어린이의 경우 어느 정도의 자외선은 근시 진행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자외선 차단을 위해 장시간 선글라스 착용 시 약시가 있는 환아에게는 악영향을 줄 수 있어 특별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한 자외선은 눈의 노화를 촉진하고, 장시간 노출될 경우 눈 안쪽에 있는 망막에도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심하면 황반변성이나 백내장 같은 안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으며 시력 감퇴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준다. 그래서 성인이 강한 자외선을 피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하지만 10세 이하 어린이들은 충분한 야외활동으로 자연스럽게 햇빛을 쬐면 멜라닌과 도파민 분비가 촉진되며 근시 진행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자외선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셈이다.

오히려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특정 파장의 빛을 차단하기 때문에 보이는 물체의 대비 감도가 떨어지고 물체의 윤곽이 평소보다 흐려 보일 수도 있다. 그에 따라 형태를 판별하는 시각능력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특히 약시가 있는 아이에게 악영향이 클 수 있다.

다만 과도하게 긴 시간 강한 자외선에 노출되는 상황은 성인과 어린이 모두 피하는 것이 좋다. 햇빛처럼 강한 빛은 황반부 시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어 직접 쳐다보지 않아야 한다.

어린이가 긴 시간 야외활동을 해야 할 때는 자외선 차단을 위해 모자를 착용하는 것이 좋고, 멋을 내고 싶거나 사진 촬영이 필요할 때 잠깐씩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눈 건강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김대희 전문의는 “강한 자외선은 시력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햇빛에 눈이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력 발달의 영향이 적은 10~13세 이후부터는 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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