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화학 병용요법, 폐암 생존율 높이는 최적 치료법”
면역항암제 건보 적용에
화학항암제와 함께 사용
부작용 적고 효과는 우수
폐암 예방에 금연은 필수
‘30갑년’ 이상의 흡연자는
2년마다 국가 검진 추천
8월1일은 폐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폐암 환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호흡기협회·국제폐암연구협회 등이 공동으로 제정한 ‘세계 폐암의날’이다. 폐암은 국내에서 10여년간 부동의 사망률 1위를 기록한 치명적인 암이다. 2016~2020년 발생한 전체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이 71.5%까지 높아졌음에도 폐암은 36.8%에 그쳤다. 폐암에 걸려도 뚜렷한 초기 증상이 없어 대다수 환자가 이미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을 받는 데다, 나이가 많고 동반질환 등으로 건강 상태가 나쁜 환자의 비율이 높은 것이 그 원인이다.
최근 폐암 치료제 역시 발전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5년 생존율이 11.5%에 불과한 전이성 폐암 단계에 접어든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3세대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두드러지면서 면역항암제와 기존의 항암 화학요법을 병행하는 병용요법이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다. 앞서 개발된 2세대 표적항암제는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변이가 나타난 20~30%의 환자에만 주효했으나, 면역항암제는 유전자 변이가 없는 대부분 환자가 장기생존과 삶의 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또 여러 진료과의 전문 의료진이 함께 치료계획을 세우는 다학제 협진이 보편화하면서 환자들이 몰리는 서울의 일부 대형병원 대신 각 환자의 상태를 자세히 살필 수 있는 지역 병원의 치료환경이 더욱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전이성 폐암 전문인 오인재 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를 지난 7월27일 전남 화순군에 있는 병원 진료실에서 만나 새로운 표준치료의 효과와 그에 동반된 다양한 변화에 관해 들어봤다.
- 폐암은 치료가 쉽지 않음에도 암 연구의 흐름을 주도하는 암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폐암 치료환경은 어떻게 바뀌어오고 있나.
“폐암 조기 검진을 위해 2019년 하반기부터 고위험군 대상의 국가 폐암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또 대부분의 암센터에서 최선의 치료방침을 정하기 위해 여러 전문가가 다학제 협진을 하는 것도 특징이다. 다행히 의학의 발전으로 폐암 치료제는 최근 진단과 치료 등 모든 분야에서 향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폐암의 5년 생존율 역시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특히 4기 전이성 폐암의 항암치료제는 1세대 항암 화학요법에서 2세대 표적항암제, 3세대 면역항암제 순서로 패러다임이 발전하면서 생존율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 폐암은 대부분 암이 이미 진행된 전이성 단계에서 진단되는데, 폐암 환자가 내원했을 때 진단부터 치료 과정은.
“폐암의 진단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분류한다. 첫 단계에선 조직검사를 통해 종양의 특성을 파악한다. 악성 암세포 유무를 확인하고 다양한 유전자 분석을 진행하면 치료제 선정에도 도움이 된다. 다음 단계에선 영상 검사를 통해 암의 분포 정도를 파악하는 병기 검사 과정을 거쳐 1~4기까지 세부 분류를 한다. 이후 다학제 협진을 통해 각각의 병기에 따른 최선의 치료법을 상의해 결정한다. 대체로 초기 폐암은 수술, 중기는 방사선치료, 후기(전이성)는 항암제 기반 치료를 한다. 이들 치료법을 효과적으로 병합해 치료 성공률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 폐암은 비교적 고령이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의 비율이 높은데, 이런 환자들에 대한 치료 과정상의 차이점도 있는지.
“진단 과정에서부터 부작용이 적은 안전한 검사들만 제한적으로 진행하고, 부작용이 큰 고강도 치료를 수행하기 어려우므로 일반 환자보다 완치율이 낮은 치료법을 시도하게 된다. 암 치료 효율은 낮더라도 부작용이 적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다. 초기 폐암이더라도 수술보다는 방사선치료를, 중·후기 폐암에서 여러 치료법의 병합요법보다는 단독요법을 선호하는 경우들이다.”
- 지난해 면역항암제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전이성 폐암에 대한 새로운 표준치료로 면역항암제와 항암 화학요법을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이 정착된 것으로 안다. 이런 병용요법의 효과가 궁금하다.
“전이성 폐암 환자 중 절대다수는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들이다. 이들에게 병용요법은 1차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다. 기존 표준 항암 화학요법 대비 생존율이 2배나 개선돼 글로벌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도 권고되고 있다. 게다가 항암 화학요법과 함께 면역항암제를 병용 투여해도 부작용이 크게 증가하지 않으면서 치료 효과는 우수하고 한번 치료 반응이 나온 환자들은 효과가 장기간 지속한다.”
- 지난해 주요 암 학회에서도 병용요법의 장기적 효과를 입증한 추적관찰 데이터가 발표돼 화제가 됐다.
“지난해 유럽 종양학회에서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의 장기 추적 결과 편평상피암의 5년 생존율이 18.4%, 비편평 비소세포폐암은 19.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표준 항암요법 군보다 약 2배 개선된 성적을 보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암 5년 생존율은 완치율과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환자들에겐 완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지표다. 현재 병용요법 중인 국내 폐암 환자에서도 생존율이 개선된 결과가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 최신 표준치료인 면역항암제로 기존 치료와 달라진 경과를 보여준 환자 중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는지.
“면역항암제가 1차 표준치료로 사용되기 전, 2차 요법제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시기에 만난 환자분이 기억난다. 진단 시 뇌까지 암이 전이된 4기 비소세포폐암으로 표준 항암 화학요법에 반응이 없어 실망이 컸다. 그런데 면역항암제 투약 후 종양이 호전되기 시작해 영상 검사에선 완전히 소실된 것으로 나타났고, 현재까지 5년 이상 장기 생존하고 있다. 뇌 전이까지 동반한 폐암에선 정말 보기 드문 사례로 면역항암제가 없었다면 일어나기 어려운 임상 경과다. 환자도 장기 투약에 따른 부작용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족감이 더 컸다.”
- 폐암의 조기 발견 및 예방을 위해선 어떤 생활습관이 필요할까.
“폐암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60~70%는 흡연이 주요 원인이므로 금연이 필수적이다. 하루 1갑 기준으로 30년간 흡연해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54~74세 흡연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2년마다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국가 폐암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기타 환경적·직업적 요인을 줄이고 균형 있는 영양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폐암은 특히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 검진으로 빠르게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 그동안 다양한 폐암 관련 연구를 진행해온 것으로 아는데, 향후 폐암 치료의 발전에 관해 특별히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표적치료제는 치료 반응을 잘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들이 많이 개발돼 있지만, 면역항암제 반응 표지자의 성능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래서 환자의 혈액 성분을 분석해 면역치료제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비소세포폐암보다 소세포폐암에선 면역항암제 반응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향후 소세포폐암에서도 성공적인 면역치료제 개발이 함께 진행되면 좋겠다.”
- 현재 폐암을 진단받았거나 어려운 치료 과정을 감내하고 있을 환자들에게 추가로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사망률이 높은 폐암을 진단받으면 실망감이 크고 치료 과정에서도 애로사항이 많겠지만, 많은 전문가가 협력해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드릴 것이니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치료에 임하길 바란다. 국내엔 이미 효과가 입증된 많은 항암 약제들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고, 전국의 암센터들이 표준화된 진료지침을 따르고 있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다. 특히 여러 전문 진료과의 의료진이 환자 및 가족과도 소통하며 협진하는 체계인 다학제 협진은 암 환자가 몰리는 서울의 대형병원보다 지역의 가까운 병원에서 더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하면 좋을 것이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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