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니 만사 귀찮아’ 혹시 가면성 우울증?
소화불량 등 내과 질환 오인
초기 치료 시 증상 80% 개선
고령화에 따른 노년 인구의 증가로 ‘가면성 우울증’을 경험하는 노인들도 늘고 있다. 과거에는 당연시했던 자신의 신체 능력과 사회적 관계가 점차 위축되면서 우울증을 느끼는 상태로,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고의적 자해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노년기에 경험하는 초기 우울증은 특별한 감정의 변화 없이 잠이 오지 않거나 입맛이 없어 식사할 의욕이 떨어지는 등 만사가 귀찮아지는 증상이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몸 이곳저곳이 아프지만 막상 병원에서 검사하면 아무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는 경우도 많다. 집중력 감퇴와 함께 기억도 흐릿해지면서 치매를 의심하게 되기도 한다. 신철민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멀쩡한 겉모습과는 달리 식욕부진, 소화불량, 두통, 근육통, 불면증 등의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는 것이 ‘가면성 우울증’의 특징”이라며 “가면성 우울증은 스스로 우울하지 않다고 말할 뿐만 아니라 표정에서도 우울한 느낌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면성 우울증은 마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우울함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우울증을 지칭한다. 두통이나 복통, 소화불량 등의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 내과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 원인으로는 노년기에 겪는 은퇴와 가까운 사람과의 사별, 자식과의 불화, 대인관계 단절 등의 주위 환경 변화가 지목된다.
노년기 우울증은 다른 질환에 비해 치료 효과가 크다. 초기에 치료할 경우 70~80%가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이 효과적이고, 약물의 부작용이 예전보다 많이 감소했기 때문에 경도의 우울증부터 약물치료를 권하는 추세다.
노년기의 가면성 우울증 역시 예방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생활과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고,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을 권장한다. 부정적인 생각은 없애고 즐거운 생각을 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환자 가족들의 세심한 관심도 필요하다. 만약 환자가 자살에 관해 언급한다면 반드시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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