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IT 전문성 겸비"…KT 성장정체 해결해야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김대은 기자(dan@mk.co.kr) 2023. 8. 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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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새 대표에 'LG맨' 김영섭
'25조 기업' 수익성 악화 속
디지털플랫폼 전문가 선출
조직쇄신·AI 등 신사업 과제
이달 말 주총 승인 후 취임

KT 차기 대표 최종 후보로 확정된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은 수개월간 이어진 경영 공백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연간 매출 25조원에 재계 순위 12위라는 거대한 그룹의 혼란을 수습하고 새로운 성장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KT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48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4% 감소했을 정도로 정체에 빠져 있다. 미래 비전을 보여주고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할 수 있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러한 난제를 풀기 위한 '해결사'로 대기업 출신에 풍부한 경험을 쌓은 김영섭 후보를 낙점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적임자라는 평가다.

윤종수 KT 이사회 의장은 "김 후보는 기업 경영 경험과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미래 비전과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명확히 제시했다"고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KT의 경영 비전하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임직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며 대내외 이해관계자들과 협력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면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경영체계 정착, 기업문화 개선 의지가 뛰어나 향후 KT 미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후보는 이달 말 임시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KT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주총에서 60% 이상 찬성표를 얻으면 정식으로 선임된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이전부터 외부 인사 선임을 주장해온 만큼 무난히 주총을 통과할 전망이다. KT 1대 주주는 지분 8.27%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며 현대자동차그룹(7.79%) 신한은행(5.57%)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김 후보는 업계에서 손꼽히는 재무통으로 통한다.

1959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럭키금성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한 이래 LG 회장실 감사팀 부장, LG상사 미국법인 관리부장,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를 역임했다. 2003년 LG CNS에서 경영관리부문 상무와 부사장을 맡으면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했다. LG CNS에서는 하이테크 사업본부 본부장, 솔루션 사업본부장을 역임하다가 2014년 LG유플러스로 옮겨 경영관리실을 총괄했다. 2015년 LG CNS로 돌아와 7년간 사장을 지냈다.

재무통 출신이라 사업 효율화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본업인 통신사업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초거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 플랫폼 기업' 혁신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의 유일한 자산은 '기술'이라고 믿는 인물로 알려졌다.

특히 2015년 LG CNS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집중적으로 혁신한 부분이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인재 평가였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AI, 빅데이터가 연계되면서 IT 통합 서비스가 급부상하면 할수록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시장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기술력이 뛰어난 IT 전문가가 없다면 기업은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김 후보는 LG CNS 직원을 대상으로 '기술 역량 레벨'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외부 IT 전문가부터 고객사는 물론 내부 직원까지 각 분야 최고 전문가가 출제한 시험 문제를 토대로 기술인증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산업 업무 역량과 공통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종적인 기술 역량 레벨을 채점했다. 연봉 인상률을 산정할 때 기술 역량 레벨을 50% 반영했다. 그가 사장을 맡는 동안 스타트업 육성·클라우드·물류·디지털 전환 사업을 이끌며 LG CNS가 여러 차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후보는 이러한 경험을 살려 KT 조직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구현모 전 KT 대표가 물러나면서 사실상 멈춘 신사업 인수·합병(M&A)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KT가 새 대표를 찾는 과정은 험난했다. 구 전 대표의 연임 도전 선언과 중도 하차, 윤경림 전 사장의 대표 후보 내정, 여권의 '이권 카르텔' 비판에 따른 윤 전 사장의 후보 사퇴, 기존 이사진 줄사퇴, 대표 후보군 재공모, 검찰 조사까지 약 9개월간 엄청난 논란과 우여곡절을 거쳤다.

대표이사 공백이라는 초유의 상황으로 KT는 박종욱 직무대행 체제로 비상경영에 돌입하기도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었다. 경영 공백으로 대규모 투자 등을 적시에 진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나현준 기자 /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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