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 해병대원 순직 사고 은폐·축소 안 된다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 폭우 피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채수근 상병 사건의 수사책임자가 지난 2일 갑자기 보직 해임됐다. 국방부는 해병대 수사단장인 A대령이 지휘부의 명령을 무시한 채 사건의 조사내용을 경찰에 임의로 이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석연치 않다. 수사책임자를 문책해 수사를 축소·은폐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수사 결과에는 소속 부대장인 해병대 1사단장과 여단장 등에게 과실 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군이 보인 행태는 의문투성이다. 군은 지난달 31일 예고된 언론 브리핑과 국회 보고를 돌연 취소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해외 출국 직전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단이 경찰에 제출한 수사 자료를 회수했다. 일각에서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국방부는 즉각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더니 항명을 이유로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채 상병 사건에서 특정 지휘관의 과실 치사 혐의를 빼기 위해 조직적인 은폐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7월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범죄에 의한 군인 사망사건과 관련해서는 민간 경찰이 수사를 맡는 것으로 바뀌었다. 2021년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망사건에서 군 내부의 사건 축소·은폐가 드러나 비난 여론이 확산되면서 법 개정까지 이뤄진 것이다. 왜 군 범죄 수사 권한을 경찰에 넘겨줘야 했는지를 자성하기는커녕 ‘은폐체질’을 다시 드러내고 있는 군당국의 태도가 매우 유감스럽다.
채 상병 사건은 구명조끼 없이 장병들을 수색작업에 투입해 군의 안전 불감증을 드러냈다. 군은 사건이 벌어지자 동료 대원의 휴가·외박·외출·면회를 전면 통제했고, 해병대 사령관이 단결을 저해한다면서 외부 발설을 금지하는 지휘서신까지 보냈다. 모두가 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사후 조치다.
채 상병의 부친은 빈소를 찾은 이종섭 장관에게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안전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파헤치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군이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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