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전 경고 무시한 ‘잼버리 사태’ 국가시스템 마비 증거다
온열환자 속출로 비난에 휩싸인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사태는 6년 전부터 제기된 경고들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초래된 인재(人災)였다. 예견된 사태를 막지 못한 것은 국가행정시스템이 기능하지 않았다는 것 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 조직위원회가 4일 영내 행사를 일시 중단하고 정부도 긴급 대응에 나섰지만, 현장엔 감염병까지 돌고 있다. 청소년 참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행사를 축소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조직위는 지난 3일 하루 동안 온열질환, 피부발진, 벌레물림 등으로 야영장 내 병원을 찾은 환자가 1486명, 외부 이송된 환자는 25명이라고 이날 밝혔다. 누적 환자 수는 2000명이 넘을 전망이다. 이날 28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확산 우려도 나온다. 찜통더위와 부실한 편의시설을 견디지 못한 일부 국가 참가자들이 야영장을 떠났거나 일정을 단축하기로 했다.
각국 참가자·학부모들의 불만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쇄도하면서 외교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영국은 자국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영사를 급파했고, 미국·독일 등도 우려를 전달했다. 혹한 우려가 컸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던 한국의 국제행사 개최역량이 어쩌다가 이렇게 퇴화됐는지 개탄을 감출 수 없다.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했더라면 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름철 폭염 변수 외에 개최지가 간척지라는 점이 2017년 전라북도의 잼버리 유치 결과 보고서에 우려 사항으로 적시돼 있었다. 전북도가 숲을 풍성하게 조성하겠다고 약속해 개최지로 선정됐다. 그러나 현장에는 숲은커녕 나무 한 그루 찾아볼 수 없다. 국제사회에 거짓말을 한 셈이다. 지난해 8월 열릴 예정이던 사전준비대회가 배수 불량 등으로 취소됐지만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책을 다 세울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결과는 보는 대로다. 행사장의 병상은 50여개에 불과하고, 폭염 대피시설, 편의시설 등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실하다. 이 정도면 국가시스템 자체가 작동하지 않은 ‘관재형 참사’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자들에게 냉장·냉동 탑차의 무제한 공급을 지시하고, 69억원의 예비비를 긴급 투입하기로 하면서 사태는 진정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회기간 내내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열악한 현장이 하루아침에 개선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조직위는 행사 축소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기 바란다. 참가자들의 안전도 보장하지 못한 채 일정 소화에 급급하다 더 큰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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