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주 만에 또 무차별 흉기난동, 한국사회 어쩌다 이 지경 됐나

기자 2023. 8. 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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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무차별 차량충격과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3일 경찰이 사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14명이 부상을 입었다. 조태형 기자

3일 퇴근 인파로 붐비던 분당 서현역에서 20대 남성이 불특정 다수를 공격한 사건이 발생해 14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다쳤다.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이 벌어진 지 불과 13일 만이다. 범인은 차량으로 인도 위 보행자들을 들이받은 뒤 백화점에서 흉기를 휘두르다 체포됐다. 사건 직후 인터넷에는 모방범죄를 예고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시민들은 언제 어디서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범죄가 시민들의 평온한 일상마저 빼앗고 있는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경찰은 ‘사실상 테러행위’로 규정하고 총력대응에 나섰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4일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면서 흉기소지 의심자와 이상행동자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동시에 총기를 비롯한 물리력도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다. 모방범죄 예고글 게시자도 엄단하기로 했다. 검찰은 모방·이상동기 흉기난동을 ‘공중에 대한 테러범죄’로 규정해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 규정 신설을 추진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대책으로는 정신건강 고위험군이 자포자기 상태로 ‘자살테러’처럼 저지르는 무차별 범죄를 예방하기 어렵다. 경찰 1차 조사에 따르면 고교를 중퇴한 피의자 최모씨는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으나 최근 2~3년간 치료는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림동 흉기난동범은 검사 결과 사이코패스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들과 같은 고위험군을 파악·관리하면서 정신건강 관리에 개입하고, 입원치료와 교정을 아우르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한국의 정신보건 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한참 밑돈다. 지역사회에 환자가 방치되면서 무고한 시민들이 범죄에 노출되는 문제는 2019년 경남 진주 방화·살인사건 이후 줄곧 지적돼왔으나 거의 바뀐 게 없다. 사회 양극화로 인한 불만을 무차별적이고 과시적인 폭력으로 배설하도록 부추기는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의 비뚤어진 문화가 결합하면서 같은 유형의 범죄가 또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예상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려면 국가가 시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충분히 투자하고, 양극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는 게 최선이다. 엄벌주의에만 의존해서는 모방범죄를 잠깐 막는 데 그칠 뿐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약자를 돌보지 않는 사회가 치르는 값비싼 대가다. 시민의 안전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범정부적인 종합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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