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목격자
화면의 중앙, 마루에 앉아 있는 원숭이는 자유롭지 못하다. 그의 목에는 사슬이 채워져 있고, 사슬의 끝자락을 오른손에 움켜쥔 자는 원숭이를 바라본다. 사슬에 자신의 왼손을 걸쳐놓은 원숭이의 머리 위로 퍼져나가는 생각의 거품 속에는, 선명하게 알아차릴 수 없는 인간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다른 쪽에서는 마치 그의 상념을 파고드는 것처럼 인간들의 머리가 지긋한 시선으로 원숭이를 바라본다. 사람들의 시선은 원숭이를 향하지만, 이 장면은 원숭이의 기억에 대한 것이고, ‘목격자’는 원숭이 자신이다.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 원숭이와 사람들의 모습은 풍경 저편으로 스며들어, 곧 사라질 것 같다.
케냐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공부한 마이클 아르미타지는 몽환적 풍경 속에 케냐의 첨예한 정치적 사건, 지역의 역사와 지역민들의 의식 문제 등을 담는다. 그가 목격한 삶의 장면들은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으며, 사람들이 관통하는 고통의 시간 역시 복잡한 원인으로 얽혀 있다. 자신의 작업이 항상 케냐인의 삶을 반영하기를 원한다고 말하는 그는 케냐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현실을 뒤덮고 있는 인종주의, 식민주의, 환경오염의 문제를 장소와 인물의 모습을 투명하게 겹쳐 올리는 기법으로 표현한다. 어떤 형태도 선명하게 홀로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그의 화면은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현실의 문제에 대한 복잡한 뉘앙스를 전한다. 모호함은 불안을 낳고, 불안은 에너지를 만든다.
우간다 지역에서 무화과나무 껍질을 다듬어 만든 루부고 천을 거칠게 엮어서 사용하는 아르미타지의 화면은 바느질 자국, 구멍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아서 그대로 남겨진 상처처럼 선명하다. 관객의 발길을 오래 사로잡는 그의 화면은 서로를 서로의 목격자로 붙잡는다.
김지연 전시기획자·소환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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